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독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최근 공습을 비판하며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경고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에 만족감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짤막한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좋은 회동이었고 우리는 많은 것을 일대일로 논의했다”며 “공통된 성과를 거둔다면 역사적인 만남이 될 수 있는 아주 상징적인 회동”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의 잇단 공습에 따른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러시아 압박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이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우크라이나의) 민간 지역,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은행 또는 ‘2차 제재’를 통해 (푸틴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 미국과의 교역, 금융거래 등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제재를 의미한다. 백악관도 회동과 관련해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을 가리켜 “그들은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제 양측은 최고위 수준에서 만나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2014년도 크림반도 병합 인정,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포기 등이 포함된 종전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내어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독대는 지난 2월 28일 워싱턴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과 고성으로 언쟁을 하며 파열음을 낸 지 2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과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채굴 지분 절반을 미국에 넘기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었고, 결국 회담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