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서 불거져…5·18재단 등 고발로 수사
금융실명제 이전 거래내역까지 파악…시간 소요 상당할 것
검찰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300억원 비자금 은닉 의혹'을 수사하면서 금융계좌를 추적해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일가 등의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착수했다. 특히 1993년 금융실명제 이전의 거래 내역까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분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다양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관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은닉과 승계 과정을 역추적하는 중이다.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범죄 사실이 드러날지가 수사의 관건이다.
이번 의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지원 덕분에 SK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재산 분할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50억원 약속어음 사진과 메모가 제출됐다.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으며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넨 대가로 선경건설 명의 어음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태원 회장 측은 300억원을 받은 적이 없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SK그룹이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성장했다고 인정하고, 최 회장에게 약 1조3808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그간 알려진 재산 분할 규모 가운데 역대 최대였다.
최 회장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지만 5·18기념재단과 시민단체들은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비자금 은닉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은닉 자산이 1266억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부에서는 은닉 규모가 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5·18기념재단은 '신군부 비자금 및 부정 축재 재산 환수위원회'를 발족해 부정 재산 환수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