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보고서…"中 수출 통제보다 美 무역 제재가 더 심각"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수출기업 절반 이상이 올해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들은 중국보다는 미국의 무역 제재가 공급망 위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7일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5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가진 제조기업 740곳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실시한 설문 결과를 담았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4%가 트럼프 2기 이후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은 41.4%, '개선될 것'이라는 답은 5.5%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55.1%)과 중소기업(53.5%)이 대기업(36.8%)보다 공급망 악화를 더 우려했다.
업종별로는 가구·인테리어(76.9%), 섬유·의류(65.4%), 이차전지(63.9%), 자동차·부품(60.7%), 가전·스마트디바이스(59.4%) 등에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컸다.
특히 미국발 무역 제재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79.6%에 달했다. 반면 중국의 원자재 수출통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42.4%였다. 기업들은 '미국발 리스크'를 '중국발 리스크'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트럼프 2기 이후 공급망 조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5.8%로, 중국 제재로 인한 공급망 조정 필요성(30.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공급망 피해를 겪거나 예상하는 기업은 83.1%,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기업도 73.0%에 달했다.
기업들은 주요 우려사항으로 ▲제품 생산비용 증가(45.6%) ▲중국 외 지역 대체 공급업체 확보 필요성(28.1%) 등을 꼽았다.
그러나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51.8%)은 공급망 위기에 대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가 시행하는 공급망 지원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는 기업은 17%에 그쳤다.
정부 지원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지원책을 몰라서(48.2%) ▲필요한 지원책이 없어서(28.7%) 등이 주로 꼽혔다.
응답 기업 중 48.6%는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으며 필요한 지원책으로는 ▲금융지원 확대(60.0%) ▲수급처 다변화 지원(42.3%) ▲관련 산업 규제 완화(29.2%) ▲연구개발(R&D) 지원(23.6%) 등을 꼽았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이후 미중 갈등 심화로 국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공급망 단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 지원과 함께 미중 충돌에 대비한 가이드라인 및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