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되면 나라 망한다’라는 비명만 가지고는 안 돼
‘3년 연합 정권’, ‘과도-거국 정권’ 구호로 가야 승산
국힘 경선 승자-이준석-비명계와 권력 공유 약속 공개
이국종-윤희숙-양향자 새 내각 명단도 공약으로 제시
한덕수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 지금까지의 대선 이야기는 원천 무효가 되고 모든 게 새로 출발하게 된다.
그는 고민을 끝낸 단계인 것 같다. 일단 무소속으로, 이번 주 안에 출마를 선언한다는 보도다. 공직자 사퇴 시한이 4일이다.
따라서 이번 주 후반부터는 전혀 새로운 대선판이 전개된다. 이재명이 양자 또는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들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다 합해도 30% 정도인 ‘게임 끝난’ 상황이 돌연 게임이 다시 시작되는 양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재명 대세론을 꼭 붙잡고 있는 민주당이나 한덕수를 껄끄럽게 또는 회의적으로 보는 보수 진영 인사들은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더라도 바람은 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한덕수는 출마 선언 이전과 이후가 같지 않다. 왜? 출마 이후엔 이미 ‘한덕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1~2주 사이에 한낙수(한덕수+이낙연)에 이어 국민의힘 경선 승자와 단일화로 한낙훈 아니면 홍낙수 또는 김낙수로 별명이 달라질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준석까지 합해질 수 있다.
그는 나온다면 한덕수 개인으로서 정치적 야망을 품어 권한대행이란 중차대한 직책을 내던지고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 야심일 때는 강풍은커녕 미풍도 불지 않을 것이다.
한덕수는 또 웅지(雄志)를 갖고 고독한 결단을 하는 강단 있는 인간형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고민만 하다 말지 않고 국민 선택을 받아 나라를 이끌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이것은 일종의 섭리다. 그 결심을 돕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그의 주변에 있을 것이다.
그는 향후 단일화 대상자들을 포함 이들과 공동으로 나라를 운영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예 대선 승리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 대통령 자리 외에는 모든 권력을 나눠 갖는다는 원칙을 처음부터 세우고 그 약속을 명문화해서 국민 앞에 공개하라.
윤석열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 한덕수는 그를 가까이서 3년 동안 봐 왔으므로 그가 간 길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을 것이다. 尹은 정치 경험도 없고 실력, 리더십도 부족하면서 권력을 독점, 자기 말에 거역하지 못할 사람들만 거느렸다. 그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인 인사 무능, 인사 실패가 그것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빅텐트 설치 후 말로만 통합, 국정 공동 운영을 강조할 게 아니라 그 내용을 계약서처럼 정리한 문서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3년 연합 정권’ ‘과도-거국 정권’ 기치를 내걸면 승산이 있다.
그러면 이런 여론이 조성될 것이다.
“한덕수 정권이 되면 대통령 한 사람의 독단으로 국정을 펴지 않고 굵직굵직한 정치 경험자들과 신인들이 협력하고, 야당과도 대화를 통해(계엄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으면서) 줄 건 주고받을 건 받는 정치를 하게 되겠구나.”
이걸 강조하면 중도/무당층이 움직인다. 그들을 끌어올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들로는 70~80%를 3개 정당 후보들이 가져간다. 20~30%는 지지 후보가 없거나 투표할 뜻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이재명은 40%대 초중반으로 내려가고 한덕수는 40% 대가 된다.
여러 전문가와 언론이 충고하는 대로 ‘이재명 되면 나라 망한다’라는 비명과 공포만으로는 그를 따돌릴 수 없다. 그럴수록 그의 지지자들만 더 결속하도록 자극할 뿐이다.
때는 보수 진영 굴지의 논객, 평자들인 조갑제, 정규재, 신평 등이 이재명을 만나 밥을 먹고 그를 달리, 우호적으로 보거나 언젠가부터 그의 대망론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천하를 준비하는(체념하는?) 모습들이라고 해야 할지 도무지 어리둥절하다.
이재명을 미화할 필요는 없어도 악마화해서도 좋지 않다.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40% 안팎인 비호감도와 ‘절대로 찍고 싶지 않다’는 여론조사 비율이 나와 있지 않은가?
상대방 저주와 ‘국회-사법부-대통령 3권 장악’ 공포 조성은 국힘에서 하면 된다. 그들은 그것밖에 할 줄 모른다. 한덕수는 대신 나라 살리는 합리적인 정책, 든든하고 유능한 외교, 지긋지긋한 4류 정치 개혁 공약으로 중도와 젊은 층 마음을 잡아 와야 한다.
청년들과 젊은 여성들을 생각하는 파격적인 취업, 주택, 결혼, 출산 공약들로 승부를 거는 게 좋다. 한동훈과 홍준표, 이준석 공약을 그대로 흡수해도 된다. 이준석은 완주를 고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와 함께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하는 것만으로도 득표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하는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
공약과 구호는 뭐니 뭐니 해도 개헌과 함께 이번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하고 2028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동시 시행, 여소야대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국정을 안정시키겠다고 하는 게 최고다.
“나라 바로 세우고 3년 후 물러나겠다.”
이랬을 때 흔들리지 않을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전문성과 참신성이 있고 검증도 된 이국종, 윤희숙, 양향자 같은 사람들을 예비 내각 명단에 넣어 그것을 미리 공개해야 한다. 깜깜이 인사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한덕수의 기적’을 고대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그의 결심과 도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한 달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