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정제마진 하락에 1분기 적자 전환…컨센서스 크게 하회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 65% 돌파…장기 수익성 강화 기대
윤활기유 수요 연 2% 성장 전망…공급 지연에 따른 스프레드 안정
미국 관세 직접 영향 제한적…석유화학 트레이딩은 주의 필요
에쓰오일이 1분기 적자전환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수요 부진과 정제마진 하락이 발목을 잡은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4% 감소한 8조9905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에쓰오일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822억원이었으나, 에쓰오일은 이보다 크게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경기 둔화 우려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역내 일부 정유공장의 정기 보수까지 연기되면서 정제마진이 하락해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윤활기유부문에서는 10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이 각각 568억원, 74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에쓰오일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성 제고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약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추진 중인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하며,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날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샤힌 프로젝트 현황에 대해 "샤힌 프로젝트는 지난 16일 기준 공정률 65.4%를 기록해 계획 대비 소폭 앞서 있으며 설계는 마무리 단계에 있고 건설 고아도 원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설비인 높이 118m, 무게 2374t 규모의 프로필렌 분리 타워를 성공적으로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샤힌 프로젝트 수익성 전망에 대해서는 "최근 석유화학 산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사 신규 투자 억제 및 산업 구조조정을 유발해 공급을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세계 경제 성장과 중국 경기 부양 정책 덕분에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 상황 개선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빠르면 당사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하는 2027년 중반부터는 공급 과잉이 점차 해소되고 이에 따라 석유화학 마진도 개선될 것"이라며 "건설 중인 스팀 크래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췄고 정유 공장의 저부가가치 부산물을 원료로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낮은 석유화학 스프레드가 지속되더라도 샤힌 프로젝트는 충분한 경제성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 가동이 가능하다"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시황이 다소 회복되면 샤힌 프로젝트의 수익 기여도는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윤활기유 부문도 안정적인 수요 성장과 제한적인 공급 증가 덕분에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 시황과 전망에 대해 "윤활기유 수요 성장은 그룹 II와 III 제품의 경우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 2%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윤활기유 증설은 그룹 II와 III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당초 2025년 인도 및 싱가포르에서 약 130만t, 2026년 인도 및 사우디에서 약 80만t 규모의 증설이 예정돼 있었다"고 부연했다.
또 "최근 탐문 결과, 올해 예정됐던 싱가포르 신규 설비는 연말에나 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인도 신규 설비 역시 내년 이후로 가동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2026년 증설 예정인 인도 신규 설비 역시 가동 시점이 순차적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쓰오일은 "이처럼 2025년 신규 증설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윤활기유는 연중 안정적인 스프레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규 설비에 따른 공급 증가 효과는 2026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리스크로 주목받는 미국 관세 부과 정책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일부 석유화학 제품 트레이딩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에쓰오일은 미국의 관세 부과 정책 영향에 대해 "주요 시장 전망 기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다소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일 약 10만 배럴에서 많게는 50만 배럴까지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사 석유화학 제품의 미국 직접 수출은 미미한 수준이고 정유제품과 윤활제품의 경우에는 미국 수입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 수출이 관세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 "다만 MX(혼합자일렌)를 제외한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 관세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 석유화학 제품 트레이딩 상황에는 다소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각국이 관세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이고 특히 미국 협상 결과에 따라 영향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보니 저희도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중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관세 협상에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