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선, 백악관서 진지하게 논의중
3선 개헌 사실상 불가능…트럼프 "방법 있다"
헝가리 총리 장기 집권 계획, 트럼프 정책과 유사
지난해 국제부·외신 기자들이 모여있는 익명의 카카오톡 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찌라시가 돌았다. 워낙 말도 안 되는 정보들, 특히 해외 관련해서는 허무맹랑한 첩보가 넘쳐나는 터라 진지하게 읽지 않았지만 얼마 전 해당 찌라시를 다시 찾아 자세히 읽어보게 됐다.
당시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트럼프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백악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3선을 최초로 언급한 것은 지난 선거 유세 도중이었다. 당시에는 웃으면서 농담처럼 흘리듯 말했지만, 우리는 그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농담처럼 먼저 말하고 여론과 언론의 반응을 살핀다는 사실을 안다. 찌라시 내용에 따르면 3선 도전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그는 NBC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3선 도전을 다시 한번 언급했는데, 약 8개월 만에 이를 다시 언급하는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내가 그렇게(세 번 집권) 하기를 원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한 후, 기자가 ‘3선 도전 계획이 실제로 존재하냐’고 묻자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고 답했다. 이를 말할 때는 웃음도, 농담도 전혀 없었다.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일을 몇 번이고 당당하고 뻔뻔하게 해왔다. 그는 자신의 가족을 권력의 중심인 백악관 요직에 당당하게 임명하는가 하면 측근들이 관세 정책을 유예한다는 정보를 이용해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뻔뻔하게 자랑하기도 했다.
물론 3선은 당당함과 뻔뻔함 만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수정 헌법 제22조는 동일 인물이 세 번 집권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개헌을 거쳐야 가능한데, 미국의 개헌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상원과 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고,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전체 50개 주 중 4분의 3(38개주) 이상의 주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매우 오래 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닌 만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야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얼마 전 우연히 본 기사에서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19년째 총리 자리를 유지하게 된 배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1998년 2002년까지 총리를 역임한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재집권한 뒤 차근차근 장기 집권 계획을 이행했다.
우선 그는 공무원들을 물갈이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이어 난민 문제가 터지자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웠고,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양 삼아 보수표를 결집했다. 정부를 겨냥해 비판하거나 시위를 벌인 대학교에 정부 지원금을 끊었으며 심지어 그중 한 학교는 폐쇄하도록 했다. 판사들을 공격해 법원의 중립성을 훼손하는가 하면, 자신의 당이 선거에서 이기도록 거듭해서 개헌했다.
기사를 읽는 내내 지난 4개월 동안 보도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련 뉴스가 떠올랐다. 오르반 총리의 장기 집권 계획과 2025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놀랍도록 흡사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4년 후 3선을 준비하느라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있는 현재의 지지율을 신경쓰지 않으면, 현재로선 공화당은 과반 의석을 지키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