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하고 싶은데, 겁나기도 해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 ㉞]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4.29 14:01  수정 2025.04.29 14:01

요즘의 결혼은 ‘선택’의 영역이 되어 있다. 결혼을 굳이 하지 않고 혼자 지내기를 선택하거나, 친구 등 다른 지인과 공동체를 이루고 지내려는 사람도 많이 있는 것이다. 다만 결혼이 ‘선택사항’이 되고나서 오히려 고민이 많아진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결혼이 하고 싶은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하고 싶기는 한데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을지 고민이 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떤 점부터 고민하면 좋을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www.canva.com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결혼이 하고 싶은데, 겁나기도 해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39세 남성 A씨는 생애 처음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을 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기 때문이다. 원래는 결혼 생각이 크게 없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안정적인 급여, 자가와 자차도 갖추고 있고 적당한 취미 생활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 지인들이 결혼을 한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점점 만남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다 한 번 만나도 피곤에 절어있는 채이고, 새벽까지 비뚤어지게 마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취미 생활은 점점 시들해지고, 아무리 비싼 것을 입고 먹어도 홀로 즐기려니 예전처럼 기쁘지 않다. 그리고 점점 고독이 밀려온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결혼할 사람을 찾아보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볍게 연애할 사람이 아니라 ‘평생’ 함께 할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고민만 많아진다. 또 막상 만나더라도 내가 맘에 들어하는 사람은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고, 눈에 차지 않는 사람만 애프터를 보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것부터 고려해야 좋은 사람과 백년해로 할 수 있을까. A씨는 초조함만 커진다.


A씨의 성향 등을 확인하고자 기질 및 성격검사를 포함한 정서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1 :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검토하는 꼼꼼한 성향,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성향이 과도해진 모습


검사 결과, A씨는 기질 및 성격검사(TCI) 상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꼼꼼히 검토한 후 미리 대비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또한 남들은 간과하는 부분도 모두 검토하기 때문에 실패가 적은 편이다. 때문에 A씨는 미래의 배우자에 대해 고민할 때도 매우 꼼꼼한 편이었던 것 같다. 외모, 성격, 경제력, 가족 등 여러 가지 부분을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A씨의 이러한 성향은 ‘불안’을 만나 보다 과도해진 것으로 나타난다. 상대방의 긍정적인 면 보다는 염려스러운 면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호감을 갖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한 설령 그 모든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때 부터는 ‘내가 괜찮은 사람인가’에 대해 검토하면서 의기소침해지는 면이 있는 것으로 고려된다.


검사결과2 :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교류에 관심이 크지 않지만 그래도 ‘맞춰줄 수 있는’ 성향


아울러 A씨는 기질 및 성격검사(TCI) 상 ‘사회적 민감성’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A씨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표현하는 감정에도 관심이 적다. 자연스러운 감정 교류에 서툴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더욱 여러 조건을 따지는 성향이 되었을 수 있겠다고 고려된다.


다만 한편으로, A씨는 한 번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그 상대방에게 많은 것을 배려하고 맞춰줄 수 있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보다는 상대방의 요구 사항에 최대한 맞춰주려는 모습이다. 때문에 막상 연애/결혼 생활을 할 때는 매너 있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검사자 제안 : 스스로 ‘내가 부정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평소 자신의 감정을 인지해보려는 연습 해보기.


A씨는 ‘대학생 때 연애할 때는 이정도로 까다롭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정답은 그 젊었을 때의 태도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A씨는 상대방의 여러 면을 살펴볼 때, 스스로 ‘내가 상대방의 부정적인 면을 먼저 의식하고 곱씹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면에 너무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을 가지고 있을텐데 스스로가 너무 걱정이 많다 보니 완전무결한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여러 차례 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A씨의 원만한 연애/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감정 교류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을 만날지라도 자연스러운 감정 교류 없이 맞춰주기만 하는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관계 상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나의 감정을 알아채고 표현하는 연습’이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첫 단계는 ‘오늘 하루 어떤 기분들을 느꼈는지’ 알아채고 기록해보는 노력이 도움 될 것으로 고려된다. 지루함, 편안함, 약간의 긴장감, 어떤 감정이어도 좋다. 감정 자체에 익숙해져야 잘 표현하고 맞춰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중요하다기 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채면서 스스로 편안해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더욱 도움 되는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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