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대응 유심보호서비스, 무단 기기 변경 차단·해외 로밍 사용 제한
HW 대응 유심 교체,유출 정보 악용한 번호 도용 원천 차단
전문가들 "우선 보호 서비스 가입, 이후 유심 교체해야"
최근 SK텔레콤(SKT)의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되면서 유심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대응 방안으로 권장되고 있다. 직영점이나 대리점을 직접 찾아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방문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도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무료 교체가 시작된 28일, 유심을 교체하려는 오픈런이 벌어졌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재고가 없어 방문 고객이 허탕을 치는 사례도 나왔다.
그렇다면 유심을 정말 교체해야 할까. 29일 통신·보안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해킹 사건이 발생한 이상, 유심 교체나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중 최소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심보호서비스는 타인이 내 유심 정보를 복제하거나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내 명의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 주는 서비스다. 무단 기기 변경을 막고, 해외 로밍 사용도 제한한다. 누군가 내 유심을 빼 다른 폰에 삽입하려 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알림을 보내준다.
이 서비스는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를 갖고 있다고 SKT는 강조하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지난 2023년 불법 유심복제로 인한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현재 T월드 앱에 접속하면 '유심보호서비스' 안내 팝업이 뜨고, 간단한 절차를 거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고령자,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고객에게는 이 서비스 가입 조차 쉽지 않다. SKT는 문자 발송뿐 아니라 114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전화를 걸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방법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이 동의하면 안내원이 직접 가입까지 지원한다.
전국 2600여개 SKT 매장에서도 가입을 안내한다.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 대상으로도 ‘유심보호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S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전체(14개사) 고객들dmf 대상으로 제공하며, 알뜰폰 사업자별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이 가능하다.
알뜰폰 업체는 SK텔링크, 유니컴즈, 프리텔레콤, 아이즈비전, 스마텔, 큰사람, 한국케이블텔레콤, 에스원, 스테이지파이브, 토스모바일, KB국민은행, LG헬로비전, 세종텔레콤, 조이텔 등이다.
또 다른 피해 방지 방안으로 e심(eSIM)이 있다. 유심은 통신사 망에 접속할 수 있는 가입자 정보를 담은 칩인데, e심은 이를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플립, Z 폴드4 등 플래그십 모델부터 e심을 지원하고 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e심은 전자화한 유심 서비스로, 괜찮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소프트웨어적 한계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하드웨어적(유심 교체)인 것 보다 못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인 대안으로 유심 교체를 제시한다. 유심을 교체하면 기존 유심 정보가 무효화돼, 해커가 유출된 정보를 이용해 내 번호를 도용하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유심보호서비스가 소프트웨어적인 대응책이라면 유심 교체는 하드웨어적인 대응책"이라며 "소프트웨어 기반인 유심보호서비스는 우회 공격이나 취약점을 노린 공격에 노출될 수 있어, 아예 하드웨어적으로 문제를 차단하는 것이 유심 교체"라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보안책은 없지만, 유심보호서비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차단 효과를 제공한다"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차단하려면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호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도 유심 교체를 권장했다. 홍 교수는 "이번 유출은 유심 고유번호와 전화번호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미 유출된 정보와 조각 정보를 활용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SKT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만으로도 피해를 100%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보상을 받으려면 피해 사실과 유출 정보를 입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홍 교수는 현재 유심 재고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인만큼 교체 전까지는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안내와 홍보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도 "일반적인 보안 기준에서는 유심보호서비스만으로도 안정성의 임계치는 넘어설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소비자들의 우려를 감안하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후 유심 교체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보안을 한층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유심을 교체하고 싶지만 긴 대기줄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약은 웹페이지 주소나 검색 포털 사이트, T월드 홈페이지 내 초기 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성명·주민등록번호 앞자리·보안문자 번호(CAPTCHA)·고객 전화번호 등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신청이 가능하다.
예약 신청이 완료된 경우, 방문 신청한 매장의 번호로 예약 확인 문자가 발송되며, 이후 방문 날짜, 매장명, 매장 주소가 포함된 안내 문자가 별도로 발송된다. 교체 날짜 안내 문자는 예약 순서대로 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