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메이딘 전 멤버 측 “강제추행 인정한 각서 있어”…소속사 대표 ‘아청법’ 고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4.29 12:04  수정 2025.04.29 12:05

143엔터 측 "합의금 제의 거절하자 형사고소...유감"

메이딘 전 멤버 A씨 측이 소속사 대표를 아청법 위반으로 고소했다고 밝히면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3엔터테인먼트 이용학 대표의 강제 추행 의혹과 관련해 “이달 관할 경찰서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률대리인 문효정 변호사는 이날 “현재 이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 사건의 핵심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아이돌 걸그룹 멤버에 대해 소속사 대표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추행 사실을 여러 차례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걸그룹으로 데뷔하고 활동하려는 의지를 이용해 입장을 번복하고 ‘성적 접촉에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또 “19세 미만 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며 “범죄 피해자는 평생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입는다. 피해자에겐 여러 증거가 있으며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권위원회에도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엔 A씨의 어머니도 참석했다. A씨 어머니는 이 대표가 멤버들 사이에 불화를 종용했고, A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신체접촉이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어머니는 “몸을 터치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대표는 ‘업무상 이유’라고 말하며 지속적으로 터치를 이어갔다”면서 “아이가 몇 번이고 제게 구조 신호를 보냈음에도 듣지 않았고, 제 아이가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사건 당시 공론화하지 못한 것은 A씨의 아이돌 활동에 대한 의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는 팬들을 생각해 그룹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대표에게 각서만 받고 활동을 조용히 마무리하려고 했다”면서 “대표만 일선에서 물러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휘파람을 불며 아무 일 없다는 듯 행동했다. 아이는 대표의 휘파람 소리가 귀에 맴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힘들어했다. 아이는 결국 무너졌고 저는 한시도 아이를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1월 JTBC ‘사건반장’에서 다뤄졌고, 이후 A씨는 팀에서 탈퇴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피해자의 음성이 방송을 통해 나갔고 ‘ 해자가 남자친구를 숙소에 데리고 왔다’ 잘못된 사실이 나가면서 피해자에 큰 상처가 됐다.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문을 낼 것을 요구했으나 대표가 피해자 본인의 입장문까지 요구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고, 대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룹 탈퇴를 공지하고 전속계약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적 접촉이 없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대표가 A씨 부모를 만났을 당시의 녹취록을 공개했고, 현장에서 작성한 대표의 각서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도 이 대표가 당시 작성했다는 자필 각서가 공개됐다. 해당 문서에는 “본인은 성추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향후 143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계약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대표 이사를 떠나 본인이 불이익이 없도록 책임을 질 것이며 계약의 연장 및 기타 계약 관계에 있어 A에게 우선적인 선택권을 부여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자필 서명이 담겼다.


지난 2021년 143엔터에 입사해 연습생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는 A&R 파트 담당 전 허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허씨는 “연습생들에게 대표님이 특정 멤버를 편애해 힘들다는 내용을 들었다. 이후 이 대표에게 여자 연습생을 따로 사무실로 부르지 말고, 청소년기의 예민함을 고려해 가급적 저를 거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청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면서 “또 직원의 월급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가 예뻐하는 특정 고등학생 멤버에게 공개적으로 명품 가방을 선물했고, ‘앨범 사재기’ 명목으로 멤버 부모에게 수천만원, 많게는 억 단위의 금액을 요구했다. 다른 연습생에게도 강제추행 및 교제 요구 등 부적절한 언행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김 센터장은 “다른 증거도 있지만 최소한으로 공개한 것은 사건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대표 측에서 반론을 하겠지만 진실공방인 것처럼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A씨 어머니는 “아이돌 활동도 대표의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합의금뿐이었다. 부끄럽지만 가진 것이 없는 집이다. 아이 미래를 걱정한 부모의 미련한 마음이었다. 돌이켜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대표는 합의금도 죄를 인정하는 거라며 거부했다”면서 “대표는 업계에서 퇴출돼야 하고,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3엔터테인먼트도 즉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해당 멤버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으나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면서 “이미 작년에 보도되었던 사건과 관련해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며 법적 판단에 따른 책임 또한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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