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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아쿠아로빅' 신청 위해 오픈런한 부하…박정택 수도군단장 갑질의혹 폭로


입력 2025.04.29 15:16 수정 2025.04.29 15:21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부하 상대로 갑질 '메시지·음성파일' 공개돼

장녀 결혼 수행·야구경기 예매 등 부하 동원

육군 "사실관계 확인 중…현장조사 진행"

갑질 이미지(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육군 수도군단장 박정택 중장(학군사관 30기)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수영장 현장접수와 자녀 결혼식 잡무 지시 등 1년여간 이른바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박 군단장과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행한 갑질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관련 메시지와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비서실 근무자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해야 하니 좀 알아오라"며 수영장의 아쿠아로빅 과정 접수 방법을 확인하고 대리 신청을 하도록 했다.


부하는 오전 6시에 열리는 선착순 접수를 위해 새벽 4시부터 수영장 밖에서 대기했다는 제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음성 파일에는 박 군단장의 아내가 부하에게 전화해 자신이 원하는 수업 시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쿠아로빅 신청 지시 관련 증거 ⓒ군인권센터

또 박 군단장은 자신의 장녀 결혼식 날 부하 1명을 투입해 '자녀 결혼식 수행'을 맡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비서실 근무자는 메이크업샵, 결혼식장까지 운전하게 하거나 하객 인원 체크, 자리 안내, 결혼식 후 짐 나르기 등 사적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박 군단장은 결혼식에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이 150명으로 한정돼 있으니 150명이 다 왔으면 밥을 먹지 말라고 언급까지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박 군단장이 부하들에게 반려 앵무새 새장 등 중고거래 대행, 스포츠 경기 VIP 티켓 확보, 관사 내 감 수확과 화단 가꾸기 등을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박 군단장은 비서실 근무자에게 2024년 4월 5일에 있을 야구 경기(한화이글스 대 키움히어로즈)를 위해 미리 테이블석을 구하라고 지시했으나, 근무자는 '테이블석 구하기 어렵다'는 보고를 올렸다.


이에 박 군단장은 '전에 있던 부관은 아는 사람이 선예매권이 있어 부탁해서 구했는데'라며 전 근무자와 비교하기까지 했다.


스포츠경기 티켓 구해오기 관련 증거 ⓒ군인권센터

이 밖에도 관사 지붕에서 돌아다니는 길고양이가 시끄럽다며 포획하게 하고, 고양이의 배설물이 묻은 수건들과 배변 패드가 담긴 쓰레기봉투를 처리하게 했다.


관사가 비어 있을 때에는 반려동물 밥을 챙겨주도록 했으며 손님맞이용 장보기 등 관사 관리 전반도 지시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는 "수도군단장은 집무실에 비서실 직원이 여럿 모인 자리에선 따로 사적인 지시를 하지 않다가 부사관 직원들과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하는 등 사적 지시가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2017년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로도 군 내 갑질이 근절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계기로 장군 지휘부를 보좌하는 비서실·부관직 등 모든 보좌군인의 업무 실태를 점검하고 지휘관 당사자와그 가족이 군인을 노예 부리듯 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즉시 문제가 된 박 군단장을 보직해임하라"고 촉구하며 "갑질 가해자와 관련 책임자에 대한 실효적 징벌과 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 중"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에서 제보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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