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안심차단' 신청 10일 만에 140배나 늘어난 곳도
KB리브모바일·우리WON모바일 등 알뜰폰 문의 증가
"은행도 보안 기능 강화 등 대응 방안 마련"
SK텔레콤 유심(USIM) 유출 사고의 여파가 금융권에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은행권의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한편,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서비스 문의도 급격히 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공포가 확산하면서 대출 사기 차단을 위한 은행권의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신청이 폭증세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집계 결과, 이 서비스 신청 건수는 지난 15일 596건에 불과했으나,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인 28일에는 8만4832건까지 치솟았다. 10일 만에 약 140배 급증한 것이다.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신규 대출 거래를 사전 차단해 대출 사기 등을 막을 수 있는 보안 서비스다. 신청은 영업점이나 인터넷,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가능하다.
하나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 신청 건수도 SK텔레콤 유심 유출 사고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4월 말부터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898건이던 신청은 26일 2511건으로 급증했고, 28일에는 오후 1시 기준으로 단 하루에만 8810건이 접수됐다. 이 역시 일주일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안심차단 신청 건수는 전날 오후 1시 기준, 누적 3만2638건을 기록했다. 이 중 비대면 신청이 2만3117건, 대면 신청은 9512건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이번 사태에 대응해 보안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통한 신규 거래 시 휴대폰 본인 확인 외에도 계좌 비밀번호 확인 등의 추가 인증 절차가 필요했지만, 오는 30일부터는 SK텔레콤 이용자의 경우 신분증 제출까지 필수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휴대전화 기기 변경 모니터링 ▲SKT 고객 전용 이상거래 탐지 시나리오 고도화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안면인식 등 추가 인증 절차 도입 등 보안 조치를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 자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최근 통신망 해킹 위협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 사례에 대비한 보안 체계도 지속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SK텔레콤 해킹 사고로 금융사기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특히 여신거래 차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계좌 개설 차단 서비스를 인지하지 못했던 고객들도 유심 해킹 뉴스 이후 보안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SK텔레콤 유심 품귀 현상 속에서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시도하는 고객이 늘면서 은행의 알뜰폰에도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모바일'은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알려진 지난 22일을 전후로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해킹 사고 이후 KB리브모바일 신규 고객이 소폭 늘었다"며 "아직은 수치상으로 크지 않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최근 출시한 알뜰폰 브랜드 '우리WON모바일'도 고객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WON모바일은 출시 초기라 가입자 증감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방법과 타사 알뜰폰 이용자의 번호이동 문의가 급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가입자가 소수여서 수치를 공개하기엔 이른 단계지만, 고객센터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유심보호와 번호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추이를 살필 것"이라고 했다.
시중은행들은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알뜰폰 같은 비금융 서비스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알뜰폰 시장 역시 이참에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보안 기능 강화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권은 비금융 서비스 확장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