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 브로드웨이에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가며 세계 뮤지컬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프로듀서가 주도해 개발한 뮤지컬이 세계 양대 뮤지컬 시장인 미국과 영국에서 연이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위대한 개츠비’는 뉴욕 브로드웨이 씨어터(Broadway Theatre)에서 지난해 3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4월 본공연의 막을 올리면서,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빌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작품은 개막과 동시에 주당 매출액 1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해 ‘밀리언 클럽’에 입성했고, 4월 13일 기준 프리뷰 공연 포함 총 누적티켓판매액 6717만 4862달러(한화 약 974억원)를 기록했다. 개막 1년 여 만에 누적 관객 수 60만명 돌파, 누적 평균 객석 점유율 99%에 육박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또한, 제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 제77회 토니어워즈 뮤지컬 부문에서 ‘의상 디자인상’, 제73회 외부 비평가 협회상에서 ‘무대 디자인상’과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최근에는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진출, 개막 초기부터 현지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달 24일 영국 런던 콜리세움에서 본 공연을 시작한 ‘위대한 개츠비’는 프리뷰 공연 첫 주 평균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하며, 총 티켓 매출액 475만 파운드(한화 약 90억원)를 달성했다.
영국 현지 언론 역시 “진부한 감성에 면역이 있는 관객들조차도, 이 ‘화려함과 유혹의 향연’이 선사하는 숨 막히는 무대와 강렬한 연기에 결국 매료될 수밖에 없다(The Stage)” “웅장하고 화려하며, 런던 콜리세움 극장의 광활한 공간을 가득 채운다(The Evening Standard)” “확실히 대형 쇼, 바로 ‘쇼’ 그 자체다. 화려한 무대와 인상적인 세트, 뛰어난 앙상블이 충분히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Daily Mail)” 등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위대한 개츠비’의 성공은 케이팝(K-POP)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음악 시장에서 현지 멤버로 구성된 그룹을 론칭하며 글로벌 팬덤 확장을 꾀하는 것과 유사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배경이 됐다.
신춘수 대표는 한국 프로듀서로서 작품의 중심을 잡고 전체적인 방향을 이끌어가되, 극본, 작곡, 연출 등 뮤지컬의 핵심 요소는 현지 관객의 정서와 취향을 잘 이해하는 창작진과 손을 잡았다. 또한 주요 배역을 포함한 출연진 역시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케이팝 기획사가 케이팝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지 창작진과 협업하고 멤버를 영입해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에 더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지닌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불안, 인간의 꿈과 사랑, 좌절 등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주제는 어느 문화권의 관객에게나 깊은 공감을 자아낼 수 있었고, 이는 작품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일단 세계 최고 무대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라는 후광 효과는 국내 뮤지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한국 프로듀서가 만든 작품이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역수입’되는 형태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물론 한국 뮤지컬 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랜 시간 강력한 팬덤을 구축해 온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과 독창성으로 무장한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위대한 개츠비’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해외에서의 성공 방정식이 한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지, 아니면 한국 관객의 감수성에 맞춘 또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지는 미지수다.
신춘수 대표는 현지화 된 작품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한국 공연을 위한 프로덕션도 국내 정서에 맞춰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국 공연은 올해 7월 GS그룹 출범 20주년에 맞춰 개관 예정인 GS아트센터의 첫 번째 장기 공연 뮤지컬 작품으로,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신 대표는 현재 서울 만을 위한 무대, 의상, 음악 편곡, 안무를 준비 중이고, 한국에서 연습하고 무대에 올릴 오리지널 캐스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후엔 한국 배우들이 참여하는 한국어 프로덕션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