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희, 감정의 색과 결을 쌓아가는 배우의 시간 [D:PICK]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4.30 09:12  수정 2025.04.30 09:13

'꽃의 비밀' 무대 위 안소희는 하나의 팔레트 같다. 한 인물 안에 웃음과 슬픔, 귀여움과 비밀을 동시에 담아낸다. 모니카(안소희 분)는 해사한 눈빛 너머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감정의 결이 숨어 있다. 안소희는 이 복합적인 인물을 능청스럽게 풀어내면서도, 위태로운 순간에는 망설임 없이 깊이를 더한다.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마을 빌라페로사를 배경으로, 포도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시골 마을의 평범한 네 명의 여성들이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안소희가 연기한 모니카는 마을의 미모를 담당하지만 그저 예쁜 인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명 예술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인물이라는 설정처럼, 모니카는 순간마다 감정을 정제하고 포장할 줄 아는 인물이다.


안소희는 이 캐릭터를 단선적인 코미디의 도구가 아니라,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낸다. 황정민(소피아 역), 이엘(자스민 역), 김슬기(지나 역) 등 선배 및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는 매 장면마다, 그는 인물에 흠뻑 빠져 신나게 연기하고 그 에너지를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한다.


극 후반, 모니카를 비롯한 친구들이 벌이는 '보험금 작전'에 맞춰 남편으로 위장하며 블랙코미디의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장면에서 안소희는 익살스럽지만 어딘가 절실한 남장 변장으로, 자유자재로 감정의 톤을 조절한다.


안소희는 영화 '싱글라이더', '달이 지는 밤', '대치동 스캔들',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 '서른, 아홉'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안소희는, 지난해 연극 '클로저'에 이어 '꽃의 비밀'까지 무대를 확장하며 꾸준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독립영화, 장르물, 휴머니즘이 녹아든 드라마까지, 그의 폭넓은 선택은 연기자로서 새로운 얼굴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여정이자, 틀에 갇히지 않는 성장을 향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작품 속에서 만난 안소희는 분명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팔레트 위 담긴 다양한 색처럼, 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결을 만들어가며 배우로서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넓히는 중이다. 도전과 변화의 결을 쌓아가는 레이어는 그려지지 않은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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