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와 협상 완료...톤당 80만원선 타결
반덤핑 관세 조치 효과...중국 후판 수입 급감
유통가격 상승 속 中 감산 움직임도 긍정적
국내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계기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본격화된 가운데 조선업계가 초호황을 맞아 가격 인상 요구를 수용하면서 철강사들의 실적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2분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최종 가격은 톤당 80만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 반덤핑 관세 이후 유통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며 “조선 3사와의 2분기 물량 협상이 마무리됐고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서 가격이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유사한 수준의 인상안을 두고 조선사들과 최종 조율 중이다.
후판은 선박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후판 가격은 지난 2023년 상반기 톤당 약 100만원까지 올랐다가 중국산 저가 수입 수입재가 대거 유입되며 작년 하반기 7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1000억원대 적자를 냈고 현대제철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반전을 이끈 계기는 정부의 반덤핑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관세를 예비 판정했고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부터 4개월간 잠정 관세 부과를 확정지었다. 이 영향으로 중국산 후판 가격은 기존 톤당 70만원대 중반에서 90만원대로 급등했다.
실제 중국산 후판 유입도 줄어들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중·후판 수입량은 올해 1분기 22만570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철강재 수입 감소 폭(18.9%)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수입 감소와 함께 국내 유통 가격이 상승하며 철강사들은 단가 회복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는 모습이다.
2분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도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고강도 강재 부문의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하반기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 심화와 글로벌 수주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자국산 저가 후판을 활용해 제조 단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반면, 국내 조선사는 인상된 후판 가격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황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가 한발 물러서면서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공급 축소만이 수급 개선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중국 정부가 15차 5개년 계획 시점에서 적극적인 감산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한국의 반덤핑 관세 확대 역시 철강사의 가격 협상력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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