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출연진 리스크, '너의 연애' 반응은 달랐다…엇갈린 두 시선 [D:이슈]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01 14:03  수정 2025.05.01 14:03

국내 최초 레즈비언 연애 프로그램 '너의 연애' 출연자 리원이 과거 성인 방송 BJ로 활동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작진과 리원이 이를 인정하고 각각 사과문을 게시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일반인 출연진의 사생활 논란에 강한 비난 여론이 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너의 연애'

리원을 옹호하는 이들이 다수 등장한 배경에는, 그가 사과문을 통해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 있다. 특히 과거 이성과의 연애에서 데이트폭력을 겪었다는 고백에 주목한 이들은 성인 방송의 성 착취 구조를 꼬집으며 그 또한 일종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동정론을 펼쳤다.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비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됐다. 리원의 과거사가 연애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과거사만으로 출연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이 양다리, 불륜 등 현재의 윤리 기준에 어긋나는 사생활로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리원의 경우는 그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 역시 나왔다. 이는 단순한 과거 이력만으로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너의 연애'가 동성애를 다룬 프로그램이라는 점 또한 한몫했다. 출연자가 일반인으로서 자신의 성 지향성을 밝히고 카메라 앞에 선 선택 자체가 진정성을 보여주는 행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리원의 과거사를 근거로 그의 성 지향성을 추측하는 시선을 두고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시청자들은 성인 방송 이력이 공개된 인물이 대중적인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두고 성인 콘텐츠의 양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너의 연애'가 15세 이상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인 만큼, 성인 방송 이력이 있는 출연자는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프로그램 자체가 '연애'에 초점을 맞춘 리얼리티인 만큼, 성 정체성은 단순한 개인 정보가 아닌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는 주장도 있다. 성 지향성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의심받을 만한 과거를 숨긴 채 출연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게 된 것은 본인이 자초한 결과라는 것이다. '너의 연애'가 연애 감정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의 신뢰가 흔들리며 프로그램 몰입도가 떨어지는 현상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번 논란이 '국내 최초 레즈비언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너의 연애'의 상징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성소수자, 특히 레즈비언의 연애 서사를 가시화하려는 취지로 제작된 프로그램의 의도가, 리원의 성인 방송 활동 이력으로 흐려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너의 연애'의 핵심 키워드가 '성인 방송'과 같은 자극적인 이슈로 가려졌다며 성소수자 연애의 다양성을 조명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시도가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논란 직후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3차에 거친 심층 미팅을 진행해 출연자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쳤다. 그럼에도 모든 부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리원의 출연 분량 및 편집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너의 연애'가 단 2회차 방송만을 공개한 만큼, 리원의 논란이 프로그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프로그램의 서사를 지키면서도 진정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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