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금액 모두 증가…변동장에 공매도 활용
관세 리스크에 공매도 과열 양상 ‘진정’…제한적 영향력
기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도 무산
업종 및 종목 내 ‘펀더멘털·수급’ 따른 선별적 공매도 영향 예상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재개돼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기대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장 복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수급 요인에 따른 선별적인 공매도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공매도가 재개된 3월 31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공매도 주식 총 3억 7246만주가 거래됐다. 공매도 전면 금지 직전(2023년 11월) 한 달(1억 9702만주)보다 약 89.05% 많은 수준이다.
거래금액도 급증했다. 공매도 재개 이후 거래금액은 14조 9758억원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 이전 4주 동안 기록했던 10조 4341억원보다 43.53% 늘었다. 올해 공매도 재개 이후 코스피200의 일평균 차입 공매도 거래대금 비율은 전체 거래대금의 10.2%를 차지한다.
공매도 거래가 활발해진 배경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 거론된다. 관세 정책으로 변동장이 연출된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되자 기관 투자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국장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진 결과 코스피는 지난달 30일 2556.61에 마감, 공매도 재개 전 거래일인 3월 28일(종가 2557.98)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매도를 재개한 국내 증시가 일단 선전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과가 철저히 관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공매도 과열 양상은 점차 진정되고 있다. 4월 초까지 1조원을 넘었던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이 4월 중순부터 3000~5000억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가 주식시장 매도 압력을 키워 주가순자산비율(PBR) 최저점을 일시적으로 하회하게 유도했지만 장기간 지속되지 못했다”며 “관세 우려로 외국인 순매도가 증가하는 등 4월 변동성 원인을 공매도에서만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가 지수에 미친 영향력은 다소 제한적이었고, 지수보다 업종·종목에 집중됐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실제로 코스피와 코스닥의 업종별 공매도, 성과 간 상관계수는 각각 마이너스(–) 0.3과 -0.6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매도 재개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민감하게 작용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수급 요인에 따른 선별적인 공매도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최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되고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업종인 에너지·철강·IT가전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별종목 중에서는 대차잔고가 빠르게 증가하는 종목인 한미반도체·엔켐·주성엔지니어링 등과 선현물 가격차 관점에서 현물이 고평가된 종목인 이녹스첨단소재·SOOP 등이 차익거래 과정에서 공매도에 노출될 수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영향력이 여전히 상존하지만 공매도 증가 속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공매도 재개 이후 단기적인 오버슈팅(과잉 반응)이 진정되고 있기에 과열 종목 수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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