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시공사 교체?…“까딱하다 조합 발목 잡는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05.02 06:00  수정 2025.05.02 06:00

상계주공 5단지, GS건설 계약 해지 후 1년 반째 진전 無

60억원 규모 소송전에도 휘말려…내부선 후회 분위기

한남2구역, 두 차례 재신임 투표에서 대우건설 유지 선택

“정비사업 기간·비용만 늘어나…조합원 손해만 커져”

건설 공사 현장 전경.ⓒ뉴시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와 갈등을 겪을 때마다 종종 등장하는 시공사 교체 추진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시공사 교체 추진 시 새 시공사 선정까지 사업 기간과 비용이 추가되면서 사업성을 망칠 수 있는 데다 계약 해지로 인해 소송전 발생 우려도 있어서다.


특히 최근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조합으로서는 시공사 교체가 득보단 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시공사 교체 움직임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조합은 지난 2023년 11월 GS건설과 시공계약을 해지한 뒤로 새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지난달 28일까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무응찰로 유찰되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합은 당초 지난 2023년 초 시공사로 선정됐던 GS건설과 조합은 3.3㎡당 650만원이라는 공사비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같은 해 11월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조합은 예정 공사비를 GS건설이 제안했던 것보다 120만원 높인 3.3㎡ 당 770만원으로 올려 시공사 선정을 추진했는데도 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3월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10개 건설사가 참석했고 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한화 건설부문 등의 참여가 예상됐으나 이들 모두 입찰 직전 현장에서 철수했다. 입찰을 고민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입찰엔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이 새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 해지와 관련한 GS건설의 반발로 60억원 규모의 소송전도 치르는 중이어서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GS건설과의 계약을 유지해야 했다는 후회스러운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시공사 계약 해지 후 1년 반째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이번 유찰로 사업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체될지 모르니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GS건설이 제안한 대로 공사를 진행했다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아꼈을 텐데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상계주공 5단지 사례가 나오면서 최근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는 시공사 교체에 보다 신중한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두 차례에 걸친 재신임 투표에서도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계약 유지에 대한 찬성이 439표로 반대 402표를 넘어서 시공 계약이 유지된 것이다.


이번 재신임 투표는 관통 도로 폐지와 블록 통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2블록과 3블록을 가로지르는 관통 도로 폐지가 서울시 반대로 무산되며 조합이 조합원 투표에 부친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감도.ⓒ서울시

대우건설은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 위에 덮개 공원을 만들어 아파트 단지를 통합하는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조합 측에서는 이 관통하는 도로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이 제시했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불만은 있었지만 시공사 교체 시 사업 속도가 지체돼 유·무형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도 투표 전 조합에 새 시공사를 선정할 경우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되고 추가 공사비 등 2698억원 규모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3년 9월에도 첫 번째 재신임 투표가 이뤄진 적이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 시공권을 따낼 당시 조합에 한남뉴타운 90m 고도제한을 완화해 최고 118m(21층)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118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서울시가 고도제한 완화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에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묻겠다며 투표에 부쳤으나 당시 찬성 414표, 반대 317표로 대우건설은 재신임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두 번째 재신임 투표에서는 찬반 표 차이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뒤집히지는 않았다.


조합은 이르면 다음 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오는 9월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등 재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철저한 선별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조합도 자칫 조합원들에게 손해의 부메랑이 돌아 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금으로 사업이 지체 될수록 조합원 손해도 커지기 때문에 시공사 교체가 능사가 아니다”며 “오히려 시공사 교체 시 이전보다 더 안 좋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