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 포비아①] 벼랑 끝 자영업자, 석 달 이상 연체 급증…60대부터 무너졌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5.05.08 07:05  수정 2025.05.08 07:05

'신용불량' 자영업자 14만명, 1년 새 29% 폭증

60대는 48% 치솟아…고령층 상환불능 심화

"매출은 줄고 빚은 늘고…연체·파산 위험 올 한해 지속될 가능성 커"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 스티커가 붙어있다. ⓒ뉴시스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금융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져 요란스럽게 빛을 내고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신용 연체는 1년 새 30% 가까이 급증했고, 60대 이상 고령층의 상환 불능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출이 있는 개인사업자 절반은 이미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며, 이들은 1금융권에서 밀려나 고금리 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카드론 금리는 연 15%에 육박하며 서민들은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카드론에서도 밀려난 서민들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 지는 불행하게도 쉽게 알 길이 없다. 데일리안은 위기의 금융 민낯을 '신불 포비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짚고자 한다. [편집자주]


개인사업자들의 상환 여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뒤 석 달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가 1년 만에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은 1년 새 48% 가까이 급증하며 '상환 불능' 위기가 뚜렷해졌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연체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6만8027명으로 1년 전(6만6570명) 대비 2.2%(1457명)가 증가했다.


연체자는 일반적으로 신용정보회사(CB) 기준 90일 미만 연체 상태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신용유의자로 등록되기 전 단계로, 해당 기간 내 연체가 반복되면 신용점수 하락 및 금융거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4만129명에 달했다. 이는 2023년 말(10만8817명)보다 28.8%(3만1312명) 늘어난 수치다.


신용유의자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 등의 사유로 등록된 이들을 의미하며, 이들은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는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부실 위험이 가장 심각했다.


연체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3년 말 1만2576명이던 60대 이상 연체자는 2024년 말 1만4405명으로 14.5% 증가했다.


특히 2023년 말 1만9538명이었던 60대 이상 신용유의자는 2024년 말 2만8884명으로 47.8% 급증했다.


50대도 같은 기간 3만351명에서 4만464명으로 33.3%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이는 30대(17.9%)와 40대(24.2%)의 증가율을 웃도는 수치다.


서울 시내의 한 가게에 점포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고,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 등 경영 환경 악화가 겹치며 채무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데다, 조기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겹치면서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의 경영 환경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채무 부담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연체 확대와 부실 우려가 올 한 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폐업률도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연체 및 부실 대출 문제는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가 무색할 만큼 체감 경기 회복은 더딘 데다, 자영업자들의 매출 기반 자체가 약해지면서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연체로 전환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개인회생·파산 신청이 동반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카드값이나 생활비 대출 상환이 미뤄지는 등 현금 흐름 악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며 "6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의 자금 유동성 위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으로 밀려난 자영업자들, '다중채무'의 늪에 빠지다 [신불 포비아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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