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광물협정 전격 서명… 美, 러 전면 침공 공식 명시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5.01 10:38  수정 2025.05.01 10:39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에 미국 지분을 일부 인정하는 광물협정에 전격 서명했다. 지난 2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고성이 오가는 파행 끝에 체결이 미뤄졌던 협정이 두달여 간의 협상 끝에 성사된 것이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두 나라는 미국-우크라이나 재건투자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며 “양국의 자산과 역량, 재능을 모아 우크라이나 경제회복을 가속화하고, 두 나라가 함께 투자하는 구조를 마련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정 서명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재건 과정에서 광물 개발 수익에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이번 발표문에서 러시아의 ‘전면 침공’(full-scale invasion)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공식 사용했다. 이는 그동안 전쟁 책임 언급을 꺼려왔던 태도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가) 백악관의 핵심 요청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원해 온 미국의 지원을 일정 부분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 덕분에 두 나라 간 역사적 경제 파트너십이 성사됐다”며 “러시아에 분명한 신호를 주는 협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물자를) 공급한 국가나 개인은 우크라이나 재건으로부터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경제장관도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복구, 재건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반영한다”며 “우리가 가진 문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두 나라 모두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은 광물자원과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에 대한 두 나라 간 공동투자 관계 구축이 핵심이다. 양국이 조성할 공동투자기금은 미국이 관리하며, 기금으로 이전된 수익에 대해 미국이 우선권을 갖게 된다. 협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의 향후 군사원조 예산을 새로 설립되는 이 기금에 대한 기여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기존 안보 지원에 대한 금전적 보상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협정에는 전략적 동맹 강화와 향후 투자 수익 우선권, 러시아 견제 메시지 등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요소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지역의 노천 티타늄 광산. ⓒ AFP/연합뉴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향후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이 배제됐으며, 미국이 통제권 확보를 원했던 자포리자 원전에 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말 광물 협정 서명을 위해 미 워싱턴을 찾았으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고성이 오가는 언쟁을 벌이며 정면 충돌하면서 ‘노딜’로 끝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유감을 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사과했으며 양측은 협상을 통해 최근 광물협정 체결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광물협정에서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까지 기금에 대한 기여로 간주할 것을 주장해 왔으나 미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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