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그 후…케이-미남은 어떻게 여심을 잡았나 [D:방송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02 14:01  수정 2025.05.02 14:01

'꽃보다 남자'의 F4부터 '미남이시네요'의 꽃미남 밴드 '엔젤'까지. 수려한 외모와 넘치는 재력, 폭발적인 인기 등 결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전국민을 홀리던 시절이 있었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에 비현실적인 설정을 지닌 남성 캐릭터는 단숨에 여심을 사로잡았고, 이 과정에서 이민호, 김범, 장근석 등의 신인 배우가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다.


ⓒMBC, tvN

MBC 금토드라마 '바니와 오빠들'은 이러한 미남 총집합형 드라마의 계보를 이은 작품이다. 매력적인 남자들과 엮이게 된 바니의 남친 찾기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여자 주인공 역에 현재 10대와 20대의 워너비로 통하는 노정의를 앉혔고, '오빠들' 역으로는 '문짝남', '대형견' 등의 수식어로 주목을 받은 이채민, 조준영, 김현진, 홍민기 등의 라이징 스타를 캐스팅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까. 1.3%로 시작한 드라마 시청률은 26일 0.9%까지 내려앉고야 말았다. 이는 MBC 금토극 역대 최저 시청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시청률 참패는 여성 시청자층의 취향 변화를 시사한다. 뛰어난 비주얼 뿐 아니라 재벌 손자, 예술계 아이돌, 농구계 샛별 등 절대적인 강점을 보유한 '오빠들'은 더이상 여심을 사로잡지 못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지난해 '선재 업고 튀어'가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현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성 시청자들이 남성 캐릭터에게 기대하는 면모가 달라진 것이다.


'선재 업고 튀어'의 남자 주인공 류선재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톱 배우지만, 내면에 깊은 결핍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학창시절 첫사랑이었던 여자 주인공 임솔과 사랑에 빠지고, 임솔은 드라마 전개 과정 내내 류선재를 구원하는 주체로서 활약한다. 이는 과거 유행했던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비교적 평범한 여자 주인공을 선택하는 서사'와는 정 반대의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 트렌드가 아닌 전반적인 사회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있다. 여성의 주체성과 독립성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시청자 또한 여성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서사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자 주인공의 포지션 역시 변화했다. 이들은 여자 주인공을 리드하기 보다는 조력적인 인물로 자리하며, 감정적인 유연성과 수동성을 갖춘 모습으로 진화했다.


'선재 업고 튀어'의 서브 남주인공 김태성 또한 이러한 맥락에 부합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반항심을 갖고 자란 김태성은 자신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며 챙겨주는 임솔에게 사랑을 느끼고, 내면의 결핍을 치유하며 자신의 꿈을 찾는다. 김태성의 성장기는 류선재와 임솔의 서사와도 유사한 구조로, 시청자들이 더 이상 신데렐라 스토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남자 주인공의 '완벽성'은 더 이상 필수 조건이 아니며, 이들은 여자 주인공이 '수여'하는 사랑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방향을 찾아간다.


결국 '케이-미남'의 서사는 이제 외모와 재력, 능력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캐릭터의 감정선, 내면의 서사 뿐 아니라 여자 주인공과의 상호작용에서 보여주는 수동적 면모와 회복의 서사가 더욱 중요해졌다. '완벽한 오빠들'은 한때 설렘을 유발하며 여심 스틸러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여성 캐릭터에게 선택을 받고, 감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미남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다. 케이-미남(K-미남)의 공식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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