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현이 프로그래머와 감독의 위치로 관객들과 만나 전주국제영화제와의 관계,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어려움 등을 언급했다. 또 자신이 출연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관객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정현은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J 스페셜 : 올해의 프로그래머’ 세션 첫 번째 날인 1일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자신이 연출한 ‘꽃놀이 간다’ 상영 후 관객들과 GV를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감독도 같이 자리했다.
이정현은 “전주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은 오래됐다. 1회 때 제가 홍보대사를 맡았고, 2015년에는 안국진 감독님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제가 프로그래머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현이 프로그래머로 나선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다양한 분야의 영화인이 프로그래머가 돼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 섹션이다. 이정현의 선정작은 박찬욱 감독 ‘복수는 나의 것’(2002),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무도 모른다’(2004), 다르덴 형제 ‘더 차일드’(2005)다. 여기에 자신이 연기한 장선우 감독의 ‘꽃잎’,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도 선정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후 미성년자라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찌하다보니 테크노 가수로 잘 되어서 가수 이미지가 강해서 10년 넘게 시나리오가 안 들어왔다. 그러다가 박찬욱 감독님의 ‘파란만장’을 찍게 되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명량’ 등으로 이어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연을 맡아 많은 수상을 하게 됐다.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 감독은 “영화가 완전한 독립영화인데 영화제에서 소개되면 큰 힘이 된다. 그런데 큰 상까지 주셨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영화가 아직 유효한 것 같다. 덕분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 기쁘다”라고 말했다.
영화 촬영 당시 에피소드도 전했다. 안 감독은 영화가 ‘배우 이정현’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당시 홍보 때문에 그냥 한 말이다. 이정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에 이걸 누가 연기해야 할까, 시나리오를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 보니 이정현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현이 “당시 노개런티라 회사에서 거절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느 날 박찬욱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줬는데, 읽어보고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 출연하게 됐다”고 말하자, 안 감독은 “예산이 7000만원 밖에 안됐다. 시나리오를 줬는데 일주일도 안되어 거절당했다. 당시 이정현 씨가 중국에 있다고 했다. 2주가 지난 후 박찬욱 감독님이 시나리오 보고 배우를 누구를 생각하내고 해서 이정현이라 말하면서 현재 중국에 있다고 했더니 박 감독님이 ‘중국? 집에 있는데’라며 시나리오를 가져다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개봉 당시 관객수가 4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상업적으로 흥행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에 안 감독은 “사람들이 망한 것으로 아는데 아닙니다. 제작비가 7000만원입니다. 잘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누적 매출액이 3억 5000만원 정도다.
안 감독은 당시 이정현의 연기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안 감독은 “촬영할 때 3회차 때부터는 따로 디렉팅을 하지 않았다. 너무 잘했다. 함께 작업하던 당시 스태프들에게 ‘제발 NG 내지 마라. 죽을 때까지 코앞에서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연기다’라고 할 정도였다”라며 이정현의 연기에 대해 극찬했다.
이정현의 첫 연출작인 ‘꽃놀이 간다’에 대해서도 이날 관객들은 흥미롭게 반응했다. 이정현은 “부끄럽다. 2년 전에 대학원 진학해 찍은 영화다. 당시 창신동 모자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시나리오 쓸 때 감독님에게 보내드렸는데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러나 그때 감독님과 교수님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아 완성됐다. 사실 제작비가 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제가 연출했지만, 사실상 연출부 막내, 의상팀 막내 역할을 다 했다. 스태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다음 달에 단편 영화를 또 찍는다. 지금은 시나리오 완성 단계다. 그 영화도 사회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차기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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