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자업계, 1Q 실적 선방에도 깊어지는 고심...2Q부터 '시험대'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5.02 11:20  수정 2025.05.02 11:20

대내외 악재 속 시장 기대치 웃돈 실적 기록

美 관세 정책 전 '사재기' 수요가 실적에 영향

2Q 이후부터 관세 정책 본격화...우려 깊어져

생산지 이전·가격 인상 등 대응책 마련 총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머콤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 스포츠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행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보며 몸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국내 전자기업들이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 1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놨다. 다만 당장 2분기부터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만큼 실적 하락이 예상돼 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전자 기업들은 1분기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내놨지만, 2분기 이후 실적 하락을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경영실적으로 연결기준 매출 79조1405억원, 영업이익 6조68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5% 증가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 이번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5조1000억원)를 크게 웃돈 실적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비메모리 사업이 부진했지만, 갤럭시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와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선방했다. 메모리 D램의 견조한 출하량도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LG전자 역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22조7398억원, 영업이익 1조2591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 매출은 최초로 2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6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주력사업인 가전 사업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한 가운데 구독, 소비자직접판매(D2C) 사업의 호조도 이같은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기업들은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상황이다. 2분기부터 미국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환경을 흔들고 있다. 10%의 기본 관세에 더해 상호 관세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이번 1분기 호실적도 상호관세가 7월 9일까지 유예되면서 선구매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2분기부터 주문 감소로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전자 부품사들도 이러한 '사재기' 현상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늘었고 LG이노텍은 계절적 비수기에도 15% 뛰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주요 생산 기지로 활용 중인 다른 국가의 높은 관세율도 국내 전자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국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책정했다. 이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자칫 고율의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전자업계는 운영 효율화 및 원가 절감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을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과 고객 관리 역량을 활용하며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TV와 가전 등 생산 물량 일부를 이전하는 등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세계에 진출한 글로벌 생산기지와 판매 거점별로 상황에 따라 전략적이고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생산지 이전과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하고, 일부 가전 제품의 판매가를 유통채널과 협의하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대체로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당장 2분기부터는 상황이 악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자랑하고 싶지 않다"며 "하반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대응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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