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1일 전격 사퇴
글로벌 통상·내수 현안 위중한 데
대통령·총리·경제부총리 모두 ‘부재’
1분기 역성장 이어 커지는 경제 위기
한국경제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연말 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혼돈이 경제를 잠식하더니 결국 수장(首長)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에 세계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 ‘컨트롤타워’를 잃은 한국경제는 잔인한 5월을 마주하게 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자로 사퇴했다. 최 전(前) 부총리는 지난 1일 오후 10시 30분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사의를 표명, 한 대행은 이를 수리했다.
최 전 부총리는 짧은 사직의 변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 전 부총리 탄핵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야당의 압박이 사퇴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부총리가 자리를 떠나면서 가뜩이나 역성장 중인 한국경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미국과의 통상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한미 통상문제 대응을 주도해 온 최 전 부총리는 최근까지도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을 만나 ‘한미 2+2 통상협의’를 진두지휘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에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베센트 재무장관이 “한국과의 협상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협상 속도를 높여 왔다. 그런데 최 전 부총리 사퇴로 ‘2+2 협상’의 한 축이 빠져버렸다.
한미 통상문제는 한국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아직은 관세 영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대미 수출은 지난달부터 전년대비 줄고 있다. 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6억3000만 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다.
대외 신인도 문제도 걱정이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등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신용평가사, 외국계 IB 대표 등을 연이어 만나면서 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다해왔다.
현재까지 세계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다만 국내 정치 상황이 국가신용등급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달 1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의 정치적 분열이 지속되면 차기 정부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최 전 부총리가 이끌던 ‘F4’ 회의가 당장 영향을 받게 됐다. 최 전 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이끌어 왔다.
F4 회의는 시장 안정 조치를 위한 상황별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과 파급효과 분석, 이에 관한 대응책 준비 등을 고민하는 회의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경제 추락이 가속할 가능성이다. 최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세 분기만의 역성장이다.
전체 성장률 전망도 연이어 하향 조정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수정)’ 보고서를 통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당시 예측했던 1.7%에서 1.0%p 낮춰 0.7%로 조정했다.
IMF도 내렸다. IMF는 지난달 22일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1.0%, 내년 1.4%로 각각 예상했다. 이는 3개월 전(1월) 발표 대비 올해는 1.0%p, 내년에는 0.7%p 각각 떨어진 수치다.
한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2일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대미 통상 관련 사항,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실·국별 주요 현안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행은 대외 신인도 사수와 관세 충격 최소화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해 재해·재난 대응,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민생 지원, 건설경기 보강 등 시급한 현안 대응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기재부 모든 직원이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며 “실·국장들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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