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링’(Featuring) 참여 곡들은 한때 흥행 보증수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피처링 곡들이 과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차트 중심부에서 점차 멀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처링 곡의 위상 변화는 객관적인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써클차트(구 가온차트)의 연도별 결산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연간 차트(Digital Chart) 100위권 내에 포함된 피처링 곡의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2015년 한 해 동안 총 99곡에 달했던 피처링 참여 곡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여, 지난해에는 총 29곡만이 연간 차트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약 8~9년 사이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피처링 곡의 수가 3분의1 이하로 급감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써클차트는 이 같은 피처링 곡 감소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장르적 변화’를 지목했다. 연간 차트 내에서 랩·힙합 및 알앤비·소울 장르 음원의 비중 자체가 축소된 것이 피처링 곡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 피처링은 랩·힙합 장르에서 래퍼와 보컬리스트, 혹은 래퍼 간의 협업 형태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알앤비·소울 장르에서도 곡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적극 활용된 바 있다.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는 “최근 2~3년 전부터 눈에 띄게 랩·힙합, 알앤비·소울 장르 음원 수가 줄어들었다”면서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방영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쇼미더머니’는 방영 기간 동안 힙합 음악의 대중적 인기를 견인하며 관련 음원들을 대거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힙합 피처링 곡들이 탄생하고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힙합 장르 자체가 차트에서 과거와 같은 지배력을 보이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장르에서 활발했던 피처링 곡들의 차트 진입 빈도 역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트 상위권에서의 비중 감소가 피처링이라는 작업 방식 자체가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써클차트의 분석처럼 피처링 곡의 ‘차트 내 점유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아티스트들은 피처링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발매된 잔나비의 정규 4집 앨범에 에스파 카리나가 참여했고, 치즈(CHEEZE)의 정규 2집에 데이식스 영케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등이 그 예다. 이밖에도 수많은 피처링 곡이 발매되는 것은, 여전히 아티스트 간의 음악적 교류와 시너지를 위한 유효한 수단임을 방증한다.
오히려 주목할 만한 변화는 피처링 및 협업의 범위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지드래곤 등 케이팝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과거보다 훨씬 활발해진 양상이다. 글로벌 협업은 단순히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을 넘어, 해외 시장 진출 및 글로벌 팬덤 확장, 아티스트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다층적인 목적을 지닌다.
한 케이팝 관계자는 “과거 국내 아티스트 간의 피처링이 주로 음원 차트 성적 상승이나 화제성 제고에 집중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케이팝의 위상 변화와 함께 협업의 스케일과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피처링은 단순히 차트 순위 상승을 위한 전략적 수단을 넘어, 아티스트의 음악적 스펙트럼 확장, 예상치 못한 조합을 통한 예술적 시너지 창출, 그리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 마련 등 더욱 다변화된 목적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피처링 곡이 차트 전면에서 다소 물러난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변화하는 음악 산업 환경 속에서 피처링의 역할과 의미가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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