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비만약 안전성·유효성 입증한 일라이
위고비 기반 시총 1위 올랐던 노보노 '제동'
리벨서스 적응증 확장, 복잡한 복용법은 단점
글로벌 시장에서 비만약 1위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위고비’와 ‘오젬픽’을 앞세운 노보노디스크가 안정적인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라이릴리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경구용 비만약 부문에서도 일라이릴리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며 비만약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이다. GLP-1 비만약 대표주자는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노보노디스크는 당초 당뇨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던 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 임상 과정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발견했고, 해당 성분을 기반으로 2014년 세계 최초의 GLP-1 비만약 ‘삭센다’를 선보였다.
지금까지는 매출 부문에서 노보노디스크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비만약 매출 2위인 일라이릴리가 알약 형태의 경구용 비만약 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본격적인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글로벌 비만약 시장 ‘토끼’ 잡은 ‘거북이’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경구용 비만·당뇨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이 임상 3상에서 9개월 복용에 몸무게가 평균 7.3㎏ 줄어드는 등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오포글리프론을 복용했을때 경미한 수준의 메스꺼움, 설사,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있었으나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비만약 점유율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양분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삭센다와 큐시미아 등 1세대 비만약 대비 투약 기간이 길고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큰 위고비를 선보이면서 한 때 유럽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바 있다. 국내에서도 비만약 열풍에 위고비 품귀 현상이 일기도 했다.
노보노디스크의 독주는 2023년 11월 일라이릴리가 미국 시장에 ‘젭바운드’를 출시하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젭바운드는 위고비와 비교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량 측면에서 뛰어난 약효를 보이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위고비의 평균 체중 감량 효과는 13.7%였으나 젭바운드는 20.2%에 달한다.
젭바운드는 약효를 강점으로 지난해 총 49억 달러(약 7조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젭바운드 매출은 113억 달러(약 16조1800억원)로 전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경구용 비만약 부문에서도 일라이릴리가 한발 앞서며 노보노디스크의 독주 체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구용 GLP-1 비만약은 펩타이드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개발 난이도가 높다. 펩타이드는 소화계에서 쉽게 분해되고 점막 통과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경구 흡수율이 떨어진다. 이에 제약사는 고용량을 제조해야 하는데 이는 위장관 증상 발생률을 주사제 대비 2~3배 높이게 된다.
이 같은 벽에 부딪혀 화이자, 암젠과 같은 글로벌 빅파마도 GLP-1 연구개발을 잇따라 중단했다.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 임상 2상에서 간독성 부작용 사례가 발견돼 연구를 중단, 암젠의 후보물질 ‘AMG 513’도 FDA로부터 보류 조치를 받았다.
일라이릴리 경구용 비만약 출시가 가시화되자 노보노디스크도 당뇨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GLP-1 계열 경구약 ‘리벨서스’의 적응증을 비만으로 확대하는 신청서를 FDA에 제출했다. 일라이릴리보다 빠른 출시도 가능하나 리벨서스는 여타 경구약과 같이 흡수율이 낮아 효과를 보려면 까다로운 복용법을 따라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비만약에서 성과를 보이자 BMO 캐피털 마켓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거북이가 토끼를 잡았다”며 “일라이 릴리가 당뇨병 비만약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를 곧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승연 NH증권 연구원도 “세계 비만약 트렌드가 주사제에서 먹는 약으로 확장되는 중”이라며 “오르포글리프론의 성공으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주사기) 매출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글로벌 투자 기관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비만약 시장 규모는 2024년 89억 달러(약 12조7000억원)에서 2030년 540억 달러(약 77조3000억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도 비만 환자에게 비만약 보험 급여 적용을 권고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높은 시장성에 국내 기업들도 GPL-1 비만약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등이 비만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H.O.P’ 프로젝트를 통해 비만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은 경구용과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 다양한 제형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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