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에 밀린 중견사들…일감 찾아 ‘모아타운’ 속속 집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05.05 06:00  수정 2025.05.05 06:00

서울 도심 내 110곳서 추진 중…수주 관심 ‘업’

수익성 낮지만 사업기간 짧고 적은 리스크 장점

여러 구역 일괄수주시 ‘브랜드타운’ 형성도 가능

대형건설사 대비 상대적으로 브랜드파워가 부족해 서울 등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중견건설사들이 서울시 모아타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형건설사 대비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부족해 서울 등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중견 건설사들이 서울시 모아타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일반 재개발·재건축 대비 수익성이 크지 않지만 공공이 개입해 추진하는 만큼 리스크가 적고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사 브랜드 깃발을 꽂을 수 있단 점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견건설사들의 모아타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모아타운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부동산정책 중 하나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한데 모아 아파트처럼 단지화한 정비사업 모델이다.


공원과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을 함께 조성할 수 있고 소규모 정비 사업 대지 규모가 커 체계적인 관리도 가능하다. 15층 이하로 제한되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달리 층수 제한 완화와 종상향 등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속도도 빠르다. 통상 재개발·재건축 시 정비구역 지정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8~10년을 잡아야 했다면 모아타운은 구역 지정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2~3년 정도 소요된다.


서울시도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 3월 기준 25개 자치구 내 모아타운 대상지는 110개소에 이른다. 자치구 공모를 통해 93개소 주민제안으로 17개소가 각각 선정된 상태다.


그간 서울 정비사업 수주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일감 확보가 쉽지 않던 중견건설사에는 기회가 된 셈이다. 사업 기간이 일반 정비사업 대비 짧고 여러 구역을 일괄 수주할 경우 정비사업 대어 못지않게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단 점도 영향을 미친다.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모아타운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 모아타운 1호 사업장인 강북구 번동 1~10구역(2060가구)에서 모두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를 시작으로 면목역3의 1~3구역(702가구), 천호1·2구역(385가구) 등에서도 시공권을 거머쥐면서 ‘하늘채’ 브랜드 저변을 확장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최근 구로구 고척동 모아타운 4~6구역을 수주했다. 총 647가구 규모로 공사비만 2100억원 수준이다.


올 들어 망우동 509-1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 수주 실적을 채웠다. 이들 2개 사업장 규모만 4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동부건설 매출액(1조6882억원)의 23.7%를 차지한다.


DL건설은 2022년 중랑구 면목2구역 모아타운 수주를 시작으로 면목1·4·6구역 모두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e편한세상’ 브랜드타운 조성을 계획 중이다.


쌍용건설은 금천구 시흥5동 모아타운 8개 구역 가운데 1·3구역을 수주한 상태다. 남은 구역 입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더 플래티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단 구상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전반적인 수주 먹거리가 줄어든 만큼 모아타운에 관심을 보이는 중견건설사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은 서울 재개발·재건축이 지지부진해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대형사들이 뛰어들어 중견사들이 일감을 챙기기가 더 힘들었다”며 “올해는 용산, 압구정, 여의도 등 핵심 입지에 굵직한 사업들이 많이 예정되면서 그나마 숨통을 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은 낮지만 모아타운은 여러 구역을 한꺼번에 수주할 경우 서울 도심에서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 조성이 가능하단 점이 중견사에는 매력적”이라며 “대형사와 경쟁을 피하고 과도한 비용 출혈을 막으면서 수주 실적을 올릴 수 있단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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