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내한 공연은)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침체되어 왔던 내한 공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의 신호탄이 돼 한국 뮤지컬 산업에 다채로운 성장과 새 시대의 서막을 열 것으로 생각합니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의 한국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팬데믹은 공연 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겼고, 특히 해외 아티스트 및 프로덕션의 이동이 필수적인 내한 공연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팬데믹 당시에는 사실상 모든 내한 공연이 취소됐고,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다른 공연 장르에 비해 내한 시장의 회복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공연 건수, 공연 회차, 티켓 예매 수, 티켓 판매액 등 주요 지표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22년 한국 공연시장의 티켓판매 규모는 약 1조285억원으로, 2020년(약 2226억원) 대비 약 361% 증가했고, 이 회복세는 2024년까지 이어져 전년(2023년) 대비 약 14% 증가해 1조453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공연 시장의 회복세가 모든 장르에 걸쳐 균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여러 공연 장르 중 뮤지컬 내한 공연 분야는 엔데믹 직후인 2022년 ‘라이온킹 인터내셔널 투어’와 ‘태양의서커스: 뉴알레그리아’ ‘푸레아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등 일부 공연에 힘입어 크게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2024년엔 전년(2023년) 대비 공연 건수와 티켓 판매액이 각각 46.5%, 7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대비 증감률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내한 공연 시장에 남긴 깊은 상흔과 그 여파가 장기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연계는 이를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된 내한 공연 시장 상황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공연 업계는 올해가 내한 공연 시장이 팬데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재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수의 주목받는 해외 뮤지컬이 연이어 한국 관객과 만나면서 얼어붙었던 내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공연계 전체의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앞서 언급한 ‘위키드’는 무려 13년 만의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한국을 찾는다. 초록 마녀 엘파바와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 작품은 이미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을 통해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한 바 있어, 오리지널 캐스트의 내한 소식은 뮤지컬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앞서 돈 주앙의 이야기를 그린 프렌치 뮤지컬 ‘돈 주앙’도 1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라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고, ‘푸에르자부르타-아벤’ 역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또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과,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태양의서커스-쿠자’도 하반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도 올해 7월 오리지널 팀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사실상 의미 있는 성적을 낼 만한 내한 작품이 없었던 것과 다름 없다”면서 “올해 다수의 내로라하는 작품의 내한이 이뤄지는 만큼 내한 공연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내한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문화 향유 욕구가 여전하고, 국제 문화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찾아온 내한 공연의 풍년이 국내 공연계의 성장에 기여하고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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