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명, '파기환송' 후 험지行…민생행보로 '사법리스크' 돌파 시도

데일리안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강원) =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5.03 00:00  수정 2025.05.03 00:14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강행군

"정치는 국민이…유능·충직한 사람 뽑아야"

접경지역서 '9·19 군사합의복원' 등 공약도

한덕수 출마 "단죄"…선거법엔 "당이 대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을 잇따라 찾아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이어갔다. 경기도 접경지역인 포천과 연천을 방문한 이후 이틀째 대권 행보다.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수면 위로 재부상한 사법리스크 논란과는 별개로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지자, 李 향해 "현대판 정조대왕이 눈 앞에 있다"


이재명 후보는 2일 첫 일정으로 철원군 소재의 동송전통시장을 찾아 주민들과의 스킨십에 나섰다. 이 후보 현장 도착에 앞서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의 손에는 '이재명 최종학력은 청와대'라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과 '농어촌기본소득실현' 등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이 후보 도착 이후 일부 지지자들은 그의 자서전 '국민이 합니다'를 들고와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


철원군에 오랜 세월 거주하며 자신을 '40년차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 주민(82세)은 취재진과 만나 "지난 대선 때부터 이재명이 대통령 되길 바랐다"며 "6월 3일, 이재명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동네 잔치를 열 계획이다. 이 할머니가 직접 연설도 하려고 한다"고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이 후보의 얼굴엔 전날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자신의 선거법 사건은 안중에 없는 듯, 연일 웃음 띈 얼굴로 자신이 대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비슷한 시간대 민주당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재판이 계속될 경우, 이 후보의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탓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민생행보를 마친 뒤, 예정에 없던 즉흥 연설에서 조선의 14대 왕인 선조와 22대 왕인 정조의 사례를 비교했다. 그는 "같은 조선인데 선조는 백성을 생각하지 않고 이상한 짓을 하다가 외환을 불러들여 수백만의 백성이 죽었다"며 "제 잇속을 챙기는 그런 사람을 뽑으면 뽑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유능하고 충직한 사람을 뽑으면 세상이 바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지자는 "현대판 정조가 지금 눈 앞에 있다"고 호응했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왼쪽 다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아4리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화천에선 쓴소리, 주민 "탄핵도 정도껏"…李 "노력하겠다"


철원 일정을 마친 이 후보는 화천군으로 이동해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이곳에서 전임 윤석열정권에서 북한이 일방 파기한 '9·19 군사합의 복원'과 접경지역의 '평화경제특구 지정' 등 안보공약도 내세웠다. 그는 페이스북에 "남북 관계 악화로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대북전단, 오물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접경지역을 평화경제특구를 지정하는 데서 나아가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분단 이후 희생을 감내 온 접경지역 주민들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후보는 "분단 이후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온 접경지역 주민들께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 일방적 희생이 더는 반복되지 않게 국가가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화천군 시장 내 군인백화점에 들러 오바로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 후보에게 '명예 병장'이라며 병장 계급 전투모를 씌워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 후보는 자신이 미필자라는 배경을 의식한 듯 "계급 사칭했다고 또 (말이 나오겠다)"라고 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이 후보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년을 보냈으니 군생활 자격이 충분하다"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경로당을 방문한 자리에선 지역 주민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치라고 하는 것이 잘 되자고 하는 건데 정치를 안 하는 게 나은 상황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그것도 어느 정도 선에서 하면 좋겠는데 탄핵정국으로 밀어부치니까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기를 싫어한다. 국민이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고, 이 후보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인제군 원통전통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李, 인제 찾아 "저 사람이 무슨 마음 품었는지 알아내야"
한덕수 대선출마엔 "국민은 헌법파괴세력 단죄 준비중"


이 후보는 곧이어 인제군 소재의 원통시장을 찾아 민생행보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 후보의 등장에 지지자들은 "대동세상"을 외치며 환영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성인할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 이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휴대전화 사진촬영 요구가 쇄도했다. 이 후보는 특히 학생들과의 촬영에 적극 반응했다. 기념촬영에 성공한 아이들을 향해 유튜버들은 "이재명 화이팅"을 요구했고, 신난 아이들은 이에 응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먹고 살기 바쁜데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데 모르면 시간을 투자해 알아봐야 한다. 잘못 선택하면 어찌 되는지 체험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뭘하려 하는지,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누가 안 가르쳐준다.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좋은 사람을 고를 수 있다"고 한 표를 호소했다.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현장 행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죄송하지만 지금 국민은 민주주의와 헌법파괴 세력에 대해 단죄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내란극복과 비상사태를 이겨내기 위한 국정의 긴급한 선거관리를 맡은 분이 선수로 뛰겠다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결국 국민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법원이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상고심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뒤, 민주당이 대법원을 '내란 카르텔'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판단의 주체를 국민과 당으로 넘겼다. 이 후보는 관련 질문에 "재판 받고 있는 내가 답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국민이 상식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잘 판단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은 또 원내에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거진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마지막 일정 고성군…'남북관계 개선돼야' 호소에
李 "보수당은 강대강…저쪽 당 뽑는지 이해 불가"


이 후보는 이날 '경청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고성군을 찾아 현장 민생행보를 소화했다. 그는 고성 소재의 거진시장을 방문해 단상에 올라 진행한 즉흥 연설에서 "가끔 나보고 잘 돼라, 당선돼라 하는데 어떻게 그게 내 맘대로 되느냐"라며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힘센 (권력자) 몇몇이 (국정을) 좌지우지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상에서 내려온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성군수 등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말에 "그런데 왜 그쪽 당을(뽑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고성군에 지역구를 둔 3선의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도균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은 "본인이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너무 오래 살다보니 이데올로기가 고착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소위 말하는 보수당은 대체적으로 평화 체제보다 남북 강 대 강 관계를 추구하지만, 우리는 군사적으로 최대한 갈등을 줄이고 대화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고법은 이날 이 후보 측에 소송기록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발송했다. 1차 공판 기일인 오는 15일까지 이 후보에게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을 경우 기일을 다시 정해야 한다. 이 후보가 소환장을 받고도 출석을 거부하면 해당 기일에 공판을 진행할 수 있고, 변론 종결과 선고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만약 고법이 파기환송된 이 후보의 사건에 속도를 내고, 대법원이 내달 3일 대선 전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확정할 경우, 민주당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 후보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현재로선 대선 승리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후보는 오는 3일 강원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등 '동해안 벨트'를 잇따라 방문한다. 당 관계자는 "지역 명소와 시장, 식당을 방문해 강원도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예정"이라며 "이 후보는 이날 어촌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4일에는 경북 영주·예천 및 충북 단양·영월·제천 등 '단양팔경 벨트'를 찾아 경청투어를 이어간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경제 위기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이곳에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한 후 '1차 투어'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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