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최상목·심우정 탄핵안' 밀어붙이고
대통령 되면 재판 중단하는 법안 강행 처리
국힘 "권력 잡으면 죄 덮을 수 있다는 메시지"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이 '최상목·심우정 줄탄핵'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대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동안 진행 중이던 재판들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소추의 개념에 재판 절차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주도로 전체회의를 열어 형소법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1소위로 회부했다.
해당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후보가 피고인인 공직선거법 위반·대장동 백현동 개발 특혜·대북송금·법인카드 유용·위증교사 혐의 등 5건 재판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시 일제히 중단된다.
민주당 등 범진보 의석이 200석에 육박하는 만큼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서 어렵지 않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대립했다. 법안을 발의한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형사소송법 246조를 보면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수행이란 재판의 수행을 의미한다"며 "지극히 당연한 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어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다수 의석으로 일방적으로 법을 통과시키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재의요구 등 견제 장치가 없으니 그대로 법을 공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미 시작된 재판마저 강제로 중단시키겠다는 것은 법치 파괴이자 법 앞의 평등을 짓밟는 폭거"라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는 '권력만 잡으면 있던 죄를 덮을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인 박찬대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대선판을 뒤흔들어 대선 결과를 바꾸고 내란을 지속하려는 조직적 공작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도 "사법부가 전례 없는 속도로 이 후보에 대해 판결을 하며 대선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고 비난했다.
당 일각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을 탄핵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진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한) 10명의 사법쿠데타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며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을 추진했다. 최 전 부총리의 전격 사퇴로 탄핵 시도는 무산됐다. 또한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안도 발의했다. 대법원의 이 후보 선거법 파기환송 직후 이뤄진 것이라 '보복성 탄핵' 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며 폭주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탄핵 대상으로 올라왔던 사람(최상목 전 부총리)이 한덕수 권한대행 퇴임으로 다시 대행이 되는 상황을 어떻게 묵과하겠느냐"라며 "이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최 전 부총리 탄핵의 의미를 보고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최 전 부총리 탄핵 추진에 대한 역풍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최 전 부총리 탄핵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내지도부의 강행 의지가 워낙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철원·화천·인제·고성을 방문해 경청 투어를 하고 있는 이 후보는 이날 강원 인제의 원통 전통시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상목·심우정 탄핵'에 대해 "우리 선대위 그리고 당 지도부 원내에서 하는 일이니까 거기다 한 번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