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을 향한 시선이 요즘 달라지는 느낌이다. 지난 1년여 간의 싸늘했던 반응에서 반전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4월 말에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공연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런 호의적인 반응이 놀랍게 느껴질 정도로 지난 1년여 간 르세라핌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았다. 2024년 4월에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이 출발점이었다. 당시 공연이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현장 호응도 나쁘지 않았었다. 그런데 라이브가 불안했던 일부 장면들만 국내에서알려지면서 공연이 대실패작으로 인식됐다.
그 바람에 여론이 많이 악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르세라핌을 완전히 벼랑 끝으로 밀어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민희진 논란이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푸대접하고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자신과 하이브의 관계가 깨진 첫 번째 계기가 뉴진스 홀대에 대비되는 르세라핌 특혜였다고 했다. 원래는 뉴진스를 '하이브 첫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로 데뷔시키기로 했었는데 하이브가 약속을 파기하고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자 뉴진스의 엄청난 팬덤이 공분했다. 민희진의 격정 기자회견에 일반 누리꾼들까지 대부분 민희진-뉴진스를 옹호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보니 르세라핌은 졸지에 부당하게 특혜 받은 그룹으로 낙인이 찍혔다. 르세라핌에 대한 증오가 인터넷을 뒤덮었다. 멤버들 SNS 댓글창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그 직전까지 4세대 걸그룹 대표주자 중의 한 팀으로 잘 나갔었는데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기약 없이 시간이 흘렀는데 마침내 최근 들어 반전의 기미가 보인다.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다음부터다. 당시 뉴진스 측의 주장은 단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배신감을 느끼면서 민희진-뉴진스 측에 의구심을 갖게 됐고 르세라핌에 대한 증오도 옅어지게 된 것이다.
애초에 하이브 1호 걸그룹 칭호와 많은 지원 등 특혜를 르세라핌이 누렸다는 주장에 대해 하이브 측에서 바로 반박을 했었다. 뉴진스가 하이브 1호 걸그룹이 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민 대표 자신이고, 뉴진스에 대한 업무 지원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도 민 대표 탓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반론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누리꾼과 뉴진스 팬들이 민희진의 말만을 절대적으로 믿으면서 르세라핌을 매도했던 것이다. 최근 가처분 심판 이후 비로소 누리꾼들이 민희진-뉴진스에 대한 맹신에서 깨어나는 분위기다. 그렇다보니 르세라핌에 대한 증오의 목소리가 줄었다.
실력 문제는 르세라핌이 정면돌파로 조금씩 풀어가는 느낌이다. 애초에 코첼라 공연이 ‘폭망’했다는 것부터가 오해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무난한 공연이었다. 현장 반응도 좋았다. 르세라핌 멤버들이 압도적인 가창력을 뽐내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아이돌팀에 비해 그렇게 집단 비난을 받을 정도까진 아니다. 그런 홍역을 겪으면서 르세라핌이 요즘엔 라이브 가창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 무대에서 보다 안정되게 노래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정면돌파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민희진-뉴진스 논란이라는 외부 요인이 달라지고, 실력이라는 내부 요인도 인천공연에서 안정된 라이브로 해결해가자 르세라핌에 대한 호평이 많아졌다. 최근 나온 노래들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다. 이들은 컴백무대를 선보일 때마다 그간의 노력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현한다. 그런 점도 인정받고 있다.
고난의 1년을 보내면서 르세라핌과 팬들 사이의 유대감은 매우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또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당분간 이어질 순회공연과 곧 선보일 일본 싱글에 대한 반응이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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