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AI가 돼지 돌본다…실시간 분만 감지·3D 체형 분석으로 생산성↑[축산업 혁신⑤]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5.05 07:00  수정 2025.05.05 07:00

AI가 24시간 분만 감지해 실시간 알림 전송

사산 줄이고 초유 돕는 기술로 PSY 10.3% 향상

3D 체형 분석으로 수태율 높이고 난산도 예방

“인력난 속 축산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

답아이즈 현장 적용 모습. ⓒ엠트리센

현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국제 곡물가 상승, 축산농가 노동력 부족 문제 등에 부딪히고 있다. 더욱이 축산 냄새 발생, 수질오염 토양 양분과잉 등 환경문제는 축산업 성장을 제약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도 축산업 생산성 향상과 환경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정책과 산업 전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축산TF는 ‘한우, 젖소, 한돈, 경축순환, 조사료 생산, 축산물 품질 차별화, 축산스마트팜 기술’ 7개 부분에서 혁신 사례를 선정한 바 있다. 기술·경영 혁신을 통해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환경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됐다. 데일리안은 7개 혁신 사례 현장을 직접 찾아 축산업이 놓인 현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돼지 분만 과정에서 ‘자연분만 중 발생하는 사산’, ‘늦은 초유 섭취로 면역력 저하’, ‘모돈에 의한 압사’, ‘태막으로 인한 질식사’ 등 문제점이 나타난다. 총산 대비 높은 사산율과 폐사율을 보이는데 이는 23.5%에 달한다.


농장주 등 직원이 24시간 내내 분만 과정을 살펴볼 수도 없으니 분만 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쉽지 않았다.


이를 엠트리센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기술로 모돈 관리 효율성을 높여 생산성 극대화와 환경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다.


엠트리센은 그동안 양돈산업이 농장주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사육이었다면, 향후에는 데이터에 기초한 인공지능(AI)에 의한 판단, 머신에 의한 사육 시스템이 정착될 것이란 생각에서 양돈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딥아이즈 현장 적용 모습. ⓒ엠트리센
AI로 분만 감지 정확도 98%… PSY 최대 10.3%·MSY 최대 9.3%↑


그 결과가 분만사 모돈 정밀 관리시스템인 ‘딥아이즈’다.


딥아이즈는 인공지능 기반 분만사 관리시스템이다. 8개 농장으로부터 2년간 누적 취득한 400TB에 달하는 대규모 원천 학습데이터를 자동 라빌링했다.


비정형 객체인 움직이는 종물에 최적화된 엠트리센 고유 AI 모델로 심층 학습시켜 새끼 돼지 분만 감지 정확도를 98%까지 높였다.


모돈의 분만과 사산을 예측해 사전 대응하게 하고, 분만 발생시 실시간으로 알림을 발송한다. 간호분만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산과 난산을 줄이고, 자돈에게 충분한 초유를 섭취시킨다. 이는 폐사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서만형 엠트리센 대표는 “모돈 행턴 패턴(기립 횟수) 분석을 통해 옥시토신 분비를 판단하고, 호르몬 투약 시점과 분만 시점을 사전에 예측해 분만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사전 조치가 가능하다”며 “분만 감지, 분만 지연과 초유 시간을 감지해 자돈의 빠른 체온 회복과 충분한 고품질 초유를 공급해 포유기간 면역 저항성을 키워 폐사율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딥아이즈 보유 농가를 대상으로 한 실증 시험 결과에 따르면 연간 모돈당 이유두수(PSY)가 3.7~10.3%, 연간 모돈당 출하두수(MSY)는 3.8~9.3% 증가한 사례가 있다.


서 대표는 “실제 농장에서 한 사람이 적어도 돼지 200마리를 관리하기에 분만 시 사람이 지속 보살피긴 쉽지 않다”며 “하지만 기계를 통한다면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고, 분만 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즉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만 간격이 길어지면 무언가 위험하다는 신호다. 그러면 사람이 가서 새끼를 빨리 낳을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이런 식으로 분만 시간을 단축하는 역할을 돕는 것이다. 이는 사산이나 폐사가 줄고,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아이즈 풀샷. ⓒ엠트리센

현재 국내 외 101개 농가(국내 98개, 해외 3개)에 공급돼 있다. 2021년 상용화 이후 제품 수요와 도입 고객은 지속 증가 중이다. 2022년 누적 고객수는 11곳이었는데, 2024년 48곳으로 4배 가량 늘었다.


서 대표는 해당 기술 도입 시 농장당 연간 약 1억 4000만 원의 수익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상시 모돈이 300두라고 가정했을 때, 분만틀을 75개를 도입한다면 총 투자 비용은 9750만 원이다.


투자비용이 들지만 분만 성적 변화에 따른 수익 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건강한 실산자수 및 PSY 개선 사례를 보면 복당 실산자수 개선 기대치 0.5두, 모돈당 분만틀 사용기간 5주, 연간 분만틀 회전율은 10.4회전, 추가 비육돈 판매두수 5.2두라고 했을 때, 분만틀당 연간 87만 9410원이 수익 개선된다고 밝혔다.


초유 관리 개선에 따른 이유 후 폐사 감소되는 사례도 있다. 이유 후 폐사율 감소 기대치가 2.0%일 때 연간 출하두수는 132두 증가한다. 이는 연간 매출액이 5718만 2400원 증가한다. 분만틀당 연간 34만 6100원 수익이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건강한 비육돈 생산으로 사료요구율이 개선돼 분만틀당 연간 수익이 60만 3926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엠트리센 측은 설명했다.


딥스캔 현장 적용 모습. ⓒ엠트리센
3D 스캔으로 모돈 체형 관리… 사산·난산 줄이고 PSY↑


임신 중인 모돈 체형이 야위면 생시 자돈의 체중 저하, 모돈의 연산성 및 수태 불량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과체중 시 난산과 사산이 증가할 수 있으며 유선 발육 불량과 유방부종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정 체형을 찾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엠트리센 ‘딥스캔(Deep Scan)’은 번식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인 어미돼지 등지방두께를 3D 고정밀 카메라로 실시간 자동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딥스캔은 모돈 체형(등각, 체장, 체폭, 둔폭 등) 스캔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 단계별 체형 조건에 맞는 정밀 영양공급을 하기 위해 사료량을 조절해주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서 대표는 “한 두 마리라면 돼지 체중의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챌 수 있다”며 “하지만 수백 마리의 돼지 체중을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미 돼지가 살이 빠져 있으며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며 “체중이 부족한 돼지를 스캔하면 사료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정상 회복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딥아이즈와 딥스캔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서만형 엠트리센 대표 모습.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환기도 사료 공급도 자동으로"... 축산업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농작물뿐만 아니라 축산물도 주인의 정성과 부지런함이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 대표는 이젠 축산업의 기계·자동화는 시대가 바뀌면서 당연한 흐름이 됐다고 얘기한다.


서 대표는 “양돈 산업 초창기를 생각해보면 축사 환기를 해줘야 하니 당시에는 축사에 달려 있는 커튼을 사람이 일일이 돌려서 올렸다가 내렸다”며 “또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수레라든지 지게를 끌고 가 먹이를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요즘엔 환기와 사료는 자동화가 됐다”며 “온도를 확인하고 자동으로 환기를 해주는 장치가 있으며, 사료 또한 자동 급식 시스템이다. 해당 기술은 대부분 농가에 보급돼 있다”고 전했다.


양돈산업 1세대 농장주는 평균 나이 60대일 정도로 고령화 돼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대체, 인력난, 인구 감소 시대에 축산업의 기계화·자동화는 먼 미래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 대표는 “양돈산업은 인구감소 속 인력난, 고강도 작업에 따른 노동력 대체 등 문제에 부딪혀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데이터 기반으로 AI가 판단하고 자동화 로봇이 일을 하는 시대가 축산업엔 분명히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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