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양자 경선' 상대 선대위 합류 선례 없어
2007년 박근혜, 2021년 홍준표 '백의종군'
한동훈도 "여정 여기서 끝…뒤에서 응원"
한동훈 캠프 좌장 합류로 '원팀' 이룰 수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와 결선까지 경쟁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선대위에는 합류하지 않고 자신이 밝힌대로 '뒤에서 응원'하는 역할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양자 경선'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상대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에 합류했던 선례가 없다는 점도 이같은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4일 김문수 후보의 첫 일정이었던 국립현충원 참배에 동행하지 않았다. 직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 상견례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전날 당 지도부와의 협의를 거쳐 자신과 경선에서 경쟁했던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날 안철수·나경원 의원은 현충원 참배와 선대위원 상견례에 참석했다. 한 전 대표의 불참 때문인지 이날 오전 선대위원 모임도 선대위원회의나 간담회로 명명되지 않고 '상견례'라는 다소 어정쩡한 이름이 붙게 됐다.
이날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통화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는 통화에서 한 전 대표에게 선대위 합류를 재차 요청했지만, 한 전 대표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가 결국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명으로는 선대위에 합류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정치는 곧 선례인데, 지금까지 '양자 경선'까지 압축되는 과정에서 끝까지 경쟁했던 경선 상대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에 합류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2007년 8·20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이 전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아준다면 그 이상 고마울 게 없겠다"며 박 전 대통령이 선대위에 합류해주기를 원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승복 연설에서 "백의종군하겠다"며 이를 고사했다.
선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자 당시 경선 과정에서 중립 입장이었던 맹형규 의원이 중재에 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선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정치현실상 불가능했기에 성사되지 못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5·3 전당대회 승복 연설에서 "나의 여정은 오늘 여기서 끝"이라며 "뒤에서 (김문수 후보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백의종군' 발언과 맥락이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을 단독선대위원장으로 세우는 게 2007년 당시에도 불가능했던 것처럼, 지금 이미 선대위 내정안에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올라서 있고 공동선대위원장이 많아서 한 전 대표를 향한 어떤 파격적 제안을 하는 것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현실적으로는 경선 과정에서 경쟁했던 한동훈 전 대표 측을 대표하는 어떤 당내 인사가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명으로 자리하는 게 해법이 되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표가 경쟁했던 2021년 국민의힘 11·5 전당대회 때의 해법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홍 전 대표는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는 "경선 흥행으로 이번 대선에서 내가 할 일은 다했다"며 "내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것을 비난해서도 안되고, 선대위 참여를 강요하는 것 자체도 부당한 횡포"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홍 전 대표의 의사를 존중해 홍 전 대표 대신 '홍준표 캠프'에서 좌장을 맡았던 5선(당시) 중진 조경태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대위에 합류시켰다.
당시 조경태 의원은 선대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지금 우리 당의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됐기 때문에, 후보를 중심으로 초선이든 재선이든 중진이든 모두가 똘똘 뭉쳐서 한마음이 돼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의힘 당원이라면 누구나 다 예외 없이 우리 당 후보의 당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홍준표 후보가 선대위에 합류하느냐 안하느냐는 크게 논란거리가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양수 당시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조경태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윤석열 후보와 경쟁했던 후보의 핵심 좌장을 맡았던 분이라, 그러한 차원에서 모시게 된 것"이라고 해설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의 선례로 보면 경선 과정에서 끝까지 양자 대결을 펼쳤던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 n분의 1로 선대위에 합류했던 적이 없고 오히려 경쟁 캠프의 좌장에게 그러한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후보더러 직접 맡으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며 "한동훈 전 대표는 과거 경쟁 후보가 그랬듯이 백의종군을 하면서 충분히 '뒤에서 응원'하는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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