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2021년 제작된 단편 살'리는 일'은 에세이스트 박소영과 배우 박정민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살리는 일'은 박 작가가 실제로 구조한 고양이를 계기로 품게 된 질문인 "고양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에서 출발한다.
박소영은 동물권 에세이 '살리는 일'을 통해 동물보호법과 소비 시장 사이의 모순을 짚어낸 작가다. 10여 군데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며 동물과 직접 마주 해온 그는, 동명의 단편에서 고양이의 목소리를 박정민의 내레이션을 빌려 상상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간다.
단편은 박소영과 고양이의 시점인 박정민의 대화가 처음 만난 그 날로 거슬러 올라가며 시작된다. 산속에서 처음 마주한 날, 고양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급식소를 만들고, 서로를 알아가며 나누는 대사들은 극적인 사건 없이도 관계의 본질을 비춘다.
특히 "널 살리고 싶었어", "사랑하니까 살리고 싶었어?" 짧은 문장들이 오가는 이 대화는, 단순한 구조 너머로 생명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경험이 응축되어 있다.
이제 박소영의 삶은 고양이를 구조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동차를 보면 고양이의 죽음을 먼저 떠올리고, 사람을 경계하게도 됐다. '살리는 일'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일이 아니다. 아픔을 마주해야 하고, 인간의 잔인함과 이기적에 실망해야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구조에는 언제나 책임도 따른다.
이는 동물과 가까이 살아온 이들의 공통된 감정이자, 작가가 '살리는 일'을 통해 체화한 감정일 것이다.
영화는 감정을 과장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빨간 실이라는 상징을 통해 고양이와 인간, 폐허처럼 느껴졌을 공간과 관계, 그리고 삶의 방향을 잇는다. 러닝타임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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