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개헌 찬성론자 잇따라 회동
3일 정대철·5일 손학규·6일 이낙연
韓·孫, 막걸리 2병 마시며 110분 만찬
김문수에 "만나자" 3번 말했지만, 불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개헌에 찬성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개헌 빅텐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덕수 후보는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바른미래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3일엔 개헌 찬성론자인 정대철 헌정회장 등 헌정회 인사들을 만났고, 6일에는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오찬 회동을 한다.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후보는 이날 손 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권이 타협하고 논의해서 국가의 주요 과제를 풀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문제를 본인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 같다"며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고, 저도 그런 것들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개헌과 통상 문제 등을 확실하게 해결하고, 3년이 되면 반드시 떠나겠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또 "(손 전) 대표의 (캐치프레이즈인) '저녁이 있는 삶' 그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요즘 우리 국민들한테 가장 피부에 와닿는 그런 (구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훌륭한 지도자들의 충고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며 "대표께서는 국정 운영 참여 등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 항상 많이 가르쳐달라"고 자세를 낮췄다.
손 전 대표는 "며칠 전 (대선) 출마 선언을 생중계로 봤는데, 우리나라 희망을 봤다. 정말 잘했다"며 "메시지가 아주 분명했다.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1987년 체제 하에서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계엄까지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의회에서 야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갖고 횡포를 부린다"며 "권력구조의 기본 틀을 바꿔서 '제7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또 "국민의힘에서 단일화를 잘해서 순탄하게 가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관료 생활 50년을 하고 이제 나를 버리고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께서 우리 사회의 현장과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분들과 세력을 폭넓게 포용하기를 바란다"며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의 의견과 지혜를 다 모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만찬은 약 110분간 진행됐다. 한 후보는 손 전 대표의 발언을 수첩에 적어가며 경청했다고 한덕수 캠프 이정현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만찬 테이블에는 평양불고기와 냉면, 막걸리 두 병이 올랐다.
한 후보는 '개헌'을 고리로 한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속도는 붙지 않는 모습이다. 단일화 최우선 대상자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갑자기 단일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다.
이날 손 전 대표와의 만찬 회동이 끝난 뒤 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에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내세운 게 큰 덕이 됐다는 평가가 많은데, 갑자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질문에 "어떻게 하는 게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인식하고, 앞으로 그런 것들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믿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당에서 선출된 후보가 어떤 경위를 거쳤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우리가 경제·민생·사회·외교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을 개헌을 통해서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직후 김 후보와의 회동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김 후보가)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라고 3번쯤 말했다"며 "(김 후보는)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정도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 측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자리에서 김 후보는 한 후보를 잠시 조우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 후보 측은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단일화 추진단 대표로 정한 상태다. 김 후보 측은 김재원 비서실장과 박계동 전 의원을 추진단 대표로 검토했다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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