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구하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파괴했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는 할리우드를 구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TIME100 서밋'에서 박스오피스 하락세를 언급하며 "소비자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그들은 집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장의 공동체적 관람에 대해 "그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구시대적인 개념이 됐다"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관객 다수의 소비 행태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며 넷플릭스가 이미 주류로 자리 잡은 현재 시장 판도를 다시 강조한 발언이다.
실제로 OTT 플랫폼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대중의 영화 소비 방식에서 중심이 됐고, 전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 매출을 하락했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개별 소비 환경에 최적화된 이들에게 극장은 물리적 이동·시간 조율· 비용 등에서 번거로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극장이 내세워온 공동체적 감상의 가치도 일부 관객층에게만 유효한 문화로 읽혀지고 있다. 애초에 스트리밍 환경에 익숙하게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는 '여럿이 함께 본다'는 경험 자체가 익숙하지 않거나, 감상의 본질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란도스의 발언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의 변화를 정확히 짚은 현실 인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전통 극장 생태계를 무너뜨린 주체가 이제 와서 구세주를 자처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 역시 극장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 '나이브스 어니언'을 미국 내 약 700개 극장에서 단기간 상영한 바 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차기작 '나니아 연대기'는 IMAX 극장에서 선공개 후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스트리밍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레타 거윅 감독과 계약한 또 다른 작품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공개된다.
이는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작품에 대해서는 극장을 보완적인 창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극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작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상징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어떤 작품이 극장에서 상영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넷플릭스조차도 작품의 성격과 전략적 목적에 따라 극장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기존 극장이 단순 상영 공간을 넘어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극장은 스트리밍과의 공존을 넘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왜 극장이 필요한 지를 관객에게 설득해야 할 때다.
이는 단순히 사운드나 스크린 크기 같은 물리적 우위가 아니라, 큐레이션 기반의 상영 경험, 창작자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 특정 상영회만의 감각적 몰입 등 극장에서만 가능한 방식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공동체적 관람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체감하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는, 굿즈를 통한 소장 욕구나 특별한 경험에 대한 만족감이 관람의 주요 동기로 작용한다. 테마 상영, 한정판 굿즈 연계, 커뮤니티형 프로그램 등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시대에도, 영화라는 예술이 가진 공동의 몰입 경험이 유효하다고 믿는 창작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의 감독 라이언 존슨은 넷플릭스 CEO의 발언에 대해 "나는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내 새 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데드 맨' 역시 가능한 많은 극장에서 가능한 오랜 시간 상영되길 바란다"며 극장 경험이 단지 향수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가치임을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새로운 질서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금, 극장은 스스로의 고유한 영역을 재정의하고, 다른 방식의 설득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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