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파기환송' 의식한 듯…이재명, '사법살인' 언급 "반드시 생존" 다짐

데일리안 증평·보은·옥천·영동(충북)·금산(충남) =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05.07 00:00  수정 2025.05.07 00:00

조기 대선 임박, 사법리스크 재부상에

李 "너무 오래 털려 아파" 억울함 호소

'사법살인' 거론 "반드시 살아남을 것"

한덕수·이낙연 '빅텐트' 구상엔 "관심無"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충남 금산군 시외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즉흥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재부상한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시민들 앞에서 "내가 뭘 잘못했느냐" "너무 오래 털어 아프다"는 식이다. 사법부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지지층을 결집 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재명 후보는 4일 충북 증평·보은·옥천·영동군과 충남 금산군·전북 장수군을 찾아 지난 주에 이은 두 번째 전국 경청투어에 나섰다. 이날 시민들과 만난 그의 현장 발언 대부분은 정치적 대립과 정적 제거에 치중된 행태, 사법의 정치화 비판 등에 집중됐다. 이 후보는 증평군 소재 장뜰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일도 없이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일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후보는 "가끔 불의한 세력의 불의한 기도가 성공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든 훌륭한 정치인 조봉암도 사법 살인이 되는 등 죽은 사람도 있고, 산 사람도 있다. 우리는 반드시 살아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대한 우회적 비판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증평군 현장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이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인 줄 알았는데, 국민의힘 후보는 어디 가고 난데없이 대한민국 거대 기득권과 싸우고 있다"며 "그게 누구든 국민과 함께 꼭 이기겠다. 결국 국민이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를 향한 비판은 민생 행보 내내 이어졌다. 증평 민심 탐방을 마치고 보은군으로 이동해 청년 농업간담회에 참석한 이 후보는 "좀 전에 증평에서 어떤 분이 나에게 '제발 죽지 말라'고 말했다"며 "물리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나를) 죽이려면 죽일 수 있다. 살아남는 게 쉽지 않지만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했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관련 배임 및 뇌물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이 몇천억 남는 산업을 인가해주고 돈을 안 받을 리가 있느냐' '50원도 안 받았느냐'고 묻는 의원들이 있다"며 "그 사람들이 나보고 '그럴 리 없다' '털면 나올 거다'라고 해서 오랜 시간 털었는데 너무 오래 털어서 먼지만 나고 아파 죽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표가 지난해 1월 2일 피습당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그는 지난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방문 당시 괴한에게 피습당한 사건을 거론, "아슬아슬하게 1㎜ 차이로 살았지만 법률적으로도 (나를) 죽이려면 죽일 수 있다"며 "살아남은 게 신통하지 않느냐"고 했다.


옥천군 방문에서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언급, 정치권의 정적 죽이기 행태를 꼬집었다. 이 후보는 옥천군 전통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대한민국 역사에 정치적인 이유로 누군가를 죽인 일이 상당히 많다"며 "안타깝게 지금도 그런 시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동군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 후보는 전통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죽음'을 언급한 배경에 "우리 역사에서 정치적 갈등이 특정세력 제거, 특정인 암살로 점철됐다"며 "정치적 갈등이라는 게 사회 발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우리는 갈등이 극단 대결로 치달아 누군가를 제거하고 상대방을 절멸시키려는 정치 아닌 정쟁 또는 전쟁상태로 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이 자신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의식한 듯, "지금 내가 경쟁해야 할 주요 진영(국민의힘)은 이상하게 후보를 뽑자마자 다른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싸우는 것 같다"며 "한편으로 보면 상대 후보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과 총체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고 냉소했다. 이 후보의 말을 들은 시민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6일 서울 중구 달개비 컨퍼런스하우스에서 오찬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이 후보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과 만나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빅텐트'를 꾸리기 위한 회동에 나선 데 대해서도 "별로 관심 없다"며 "뭐 그런 것까지 (관심을 둬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꼽히는 데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경청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전북 장수군 오옥마을을 찾아 국내 최연소 이장으로 출연했던 1998년생 'MZ이장' 정민수 씨를 비롯해 농업인들과의 간담회도 가졌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쌀값 하락, 농약 등 농자재 값 등에 대한 국가 지원을 검토해달라는 요구를 받자 "정부 보조금을 늘려야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자체적으로 소득 확대할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농촌 기본소득을 조금이라도 도입했으면 좋겠고, 농업 재해보상도 내 공약에 있긴 한데 어쨌든 한번 재해를 입으면 다음 재해 때는 가입을 안 해준다는 이런 것은 문제"라며 "보상 혜택도 약하고 이것은 제도를 개선해야 될 것 같다. 여러분들의 어려운 점을 귀가 따갑게 하도 들어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후보는 '골목골목 경청투어-국토종주편' 마지막 날인 오는 7일, 전북 진안·임실·전주와 충남 청양·예산 등을 방문한다. 이날에도 대선 정국 가운데 재부상한 사법리스크에 대해 언급할 지 주목된다. 앞서 이 후보는 4일 경북 영주에서 시민들과 만나 "내가 왜 미울까. 내가 뭘 그리 잘못한 것이 있느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온갖 모함을 당하긴 했지만, 내가 정말 뭐가 있었으면 이 자리까지 왔겠느냐. (나를) 먼지 이상으로 털었는데"라며 "그럼에도 나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겠느냐. 정보가 왜곡돼서 그렇다. 가짜정보·가짜뉴스는 퇴치해야 하고 진짜 정보와 진실을 유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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