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원 단일화 찬반 조사 실시
김문수 "중단하라" vs 권성동 "약속 지켜야"
金 '승복' 가능성 제로…강제할 수단도 없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의 단일화를 놓고 폭발한 갈등이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7일 진행될 전당원 투표가 이번 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김문수 후보가 이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오히려 새로운 충돌만 야기했다.
국민의힘은 7일 전(全)당원을 대상으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단일화 찬반 여부와 시점을 묻는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투표는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날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단일화 찬반 의견뿐 아니라 오는 10~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당원의 의견을 물을 계획이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단일화 설득을 하기 위해 김 후보가 방문 예정이었던 대구를 향했지만, 김 후보가 일정을 돌연 취소하면서 면담 자체가 무산됐다.
김 후보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개최 예정지인 경주 화백 컨벤션 센터에서 당 지도부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단 소식을 접한 직후 기자들에게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예정된 1박 2일의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김 후보의 반발에도 전당원 투표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재개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과는 오후 9시께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바로 공표할지 말지는 내일 지도부가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단일화 설득을 위해 찾은 김문수 후보의 자택 앞에서 "이미 (여론조사는) 당원들에게 공지가 됐고, 또 이미 발표를 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당이 당원들과 약속한 사항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김 후보와 한 후보가) 만나서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비해서 당원들 뜻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 운영에 필요하다 생각해서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 투표 결과 역시 지도부에 유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전당원 투표에서 단일화 지지세가 강하게 드러난다면, 지도부는 김 후보에게 한층 더 강한 압박 수단을 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중 무려 92%가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6%, "모르겠다"는 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당 지지자 92%가 후보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 모든 애국 민주국민들께서 우리 하나 됨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하나됨에 반대하는 것은 오직 이재명 세력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고 김 후보를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후보가 전당원 투표 결과에 순순히 승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는 관측이다. 서울로 복귀한 김문수 후보는 전날 밤 입장문을 통해 "내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불필요한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며 "당은 즉시 중앙선대위를 중심으로 대통령 후보를 보좌해 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김 후보에게 전당원 투표 결과 승복을 강제할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단일화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미약하게 나타날 시 지도부가 오히려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단일화 찬반의 격차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오히려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올 경우에는, 배수진을 쳤던 지도부가 직을 내려놓으라는 총사퇴 압박에 역으로 직면할 수 있다.
결국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김 후보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사실상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김문수 후보 단독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갈등의 해법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 간의 소통에 달려 있으며, 이들의 협의가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7일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김 후보에게 참석을 요청할 방침이다. 김문수 후보는 같은 날 한덕수 후보와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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