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만, 美 오디오 브랜드 '마시모' 5000억원에 인수
B&W, 데논, 마란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 추가 확보
포터블·카오디오 사업 포트폴리오 대폭 확장, 경쟁력 ↑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이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9조원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한 이후 9년 만의 대규모 인수합병이다. 시기와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삼성전자가 연이어 점찍은 분야가 오디오 사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의 오디오 및 전장용 사업 경쟁력 강화가 기대되고 있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마시모(Masimo)사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은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문의 인수 절차를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추가 확보... B&W, 데논, 마란츠 등
이번에 하만이 인수하는 럭셔리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은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등 다양한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그 중에서도 B&W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93년 출시 이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로 불리는 B&W의 라우드 스피커 '노틸러스(Nautilus)'는 대당 1억5000만원이 넘을 정도다.
이외에도 CD 플레이어를 최초 발명한 115년 전통의 데논과 프리미엄 앰프·리시버 제품군에서 유명한 브랜드 마란츠도 확보했다. 하만이 현재 보유 중인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AKG ▲인피니티(Infinity)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등에 이어 이번 인수 합병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추가되면서 삼성전자 오디오 사업부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포터블 오디오에서 약 60%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헤드폰(12%)과 무선이어폰(13%)의 경우 그보다는 낮은 시장 2위에 머물러 있다. 다만 포터블 오디오보다 그 시장 규모가 더 크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에 인수하는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합쳐서, 2025년 608억 달러에서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하고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조원 영업익 돌파한 하만, 향후 오디오 시장 경쟁력 기대
당초 하만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뒤 처음으로 진행한 대형 인수합병 브랜드다. 오디오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 점쳐지는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에 강점을 가진 하만을 인수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장 사업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배경이었다.
인수 직전인 2016년 약 7000억원의 영업익을 냈던 하만은 인수 직후인 2017년에는 영업익이 600억원 이하로 급감했다. 이후 조금씩 개선세를 보이면서 2023년 1조원을 돌파, 지난해의 경우 1조3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만은 영업권(M&A에서 붙는 프리미엄)도 처음 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번 마시모 인수합병으로 인해 기대되는 점은 바로 카오디오 사업이다. 하만은 오디오 및 음향 장비 외에도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문이 전체 사업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하만은 지난 2015년부터 기아에 하만카돈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급 중이기도 하다.
전사 매출에서 오디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스마트홈, AI(인공지능), 전장(차량) 사업과 연결성이 큰 탓에 오디오 사업은 전자 기업들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최근 자율주행 등을 포함해 스마트카 시대가 개화되기 시작하면서, 고급 차량용 오디오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하만에게는 새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세트(완성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에 있는 '전장사업팀'을 대표이사 직속의 '하만 협력팀'으로 바꾼 바 있다. 데이브 로저스(Dave Rogers)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 사장은 "하만은 75년 역사의 오디오 전문기업으로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성장해 온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명품 오디오 B&W까지 확보해 명실상부한 오디오의 명가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하만 AKG와 하만카돈 등 사운드 튜닝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사운드 퀄리티를 높이는 등의 시너지를 강화해 왔다. B&W, 데논, 마란츠 등에 축적된 전문적인 오디오 노하우를 삼성 스마트폰, 이어폰, 헤드폰, TV, 사운드바 등에 적용해 시장 확대와 고객 경험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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