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거스르고 만끽하는 해방감, ‘푸에르자부르타-아벤’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5.07 14:28  수정 2025.05.07 14:28

숨 막히는 도시의 일상, 정형화된 무대와 객석의 경계에 익숙해진 관객에게 ‘푸에르자 부르타 아벤’은 그야말로 시공간을 전복시키며,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경험을 선사한다.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뜻하는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의 원초적 에너지에, ‘새처럼 날아오르다’라는 ‘아벤’(AVEN)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관객을 억압된 현실의 중력으로부터 해방시켜 행복을 향한 원초적 갈망의 여정으로 이끄는 셈이다.


ⓒ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공연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기존의 관람 문화는 해체된다. 지정된 좌석 없이 사방이 트인 공간, 관객들은 방관자가 아닌 극의 일부가 될 준비를 마치고 공연장에 입장한다.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공연장을 채우면 비로소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오로지 배우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시각적 연출, 그리고 음악만으로 관객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아벤’은 이전 ‘웨이라’ 공연이 지녔던 파괴적이고 강렬한 에너지 위에 희망과 환희, 그리고 포용의 메시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부제인 ‘아벤’이 앞서 언급한 ‘새’라는 의미도 있지만, 제작진은 또 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천국(heaven)과 어드벤처(adventure)의 합성어로, 중의적 의미를 가지는 셈이다.


공연의 서사는 명확한 기승전결을 따르기보다, 행복을 찾아 나아가는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을 상징적인 장면들로 펼쳐낸다. 퍼포머들은 때로는 거대한 구조물에 매달려 공중을 활보하고, 때로는 트레드밀을 끝없이 달리며 장애물을 헤쳐나가기도 한다. 이는 목표를 향한 인간의 지난한 노력을 은유하는 듯 보인다. 동시에 그 과정 자체에서 역동적인 생명력을 뿜어낸다.


ⓒ크레센트엔터테인먼트

공연의 백미 중 하나는 단연 머리 위로 내려오는 거대한 투명 수조 속에서 펼쳐지는 수중 퍼포먼스다. 퍼포머들은 물의 저항을 이겨내며 유려하고도 격정적인 몸짓을 선보인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보라와 일렁임은 관객석으로까지 튀어 오르며, 차가운 물의 감촉마저도 공연의 일부로 체화되는 특별한 경험을 안긴다.


예측 불가능한 방향에서 수시로 등장하며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퍼포머들은 관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손을 뻗고, 함께 환호성을 지르도록 유도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공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축제로 승화시킨다.


70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을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본능적인 자유와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한다.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 온몸으로 체험한 강렬한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 여운을 SNS에 전시한다. 통상 스포일러 가능성이나 상업적 재활용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촬영이나 업로드를 불허하는 타 공연과 달리, ‘푸에르자 부르타’는 모든 것이 ‘자유’다. 실제 공연 이후로도 관객들은 퇴장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사진을 찍으며 자유를 만끽했다.


공연은 6월 22일까지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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