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재판 첫 공판일 '5월15일→6월18일' 변경
"재판 공정성 논란 없애기 위해 선거 이후로 결정"
헌법 84조 해석따라 선거 이후 재판진행 여부 주목
법무부 "대통령직, 범죄의 도피처 전락 우려 신중 검토"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대선 이후로 늦췄다. 이 후보 측의 공판기일 변경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균등한 선거기회 보장' 차원의 결정이다.
다만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진 않은 상황으로, 이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형사재판 진행 여부를 두고 진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첫 공판기일을 당초 오는 15일에서 6·3 대선 이후인 내달 18일로 연기했다.
앞서 이 후보 측 변호인이 공판기일을 선거일 이후로 미뤄달라며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를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후보 측 요청 취지가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후보 측은 공판기일 변경 사유로 '후보자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 헌법 제116조와 '대선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간 중 체포·구속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1조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해당 취지를 받아들여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결정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도 재판부 판단이 일리가 있다고 봤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이 후보 지지율은 50% 내외로 형성돼 있다"며 "사법부도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선거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선거권 위반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밀려나며 대선 전 피선거권 박탈 우려는 일단은 불식됐다. 이제 관건은 헌법 84조 해석을 두고 선거 이후 형사재판을 진행할지 여부로 향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된다.
헌법 84조 해석의 쟁점은 이미 기소돼 재판 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 해당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우선은 각 재판부가 헌법 84조 관련 판단해 개별 재판 진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국회 법사위에서 헌법 84조 관련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냐는 의원 질문에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우선 헌법 84조의 명시된 소추를 사전 뜻대로 형사 기소에 국한해서 볼 경우 이미 기소를 한 기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고 해석돼, 이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등에 출석해야 한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재판이 진행된다면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1심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파기환송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1심의 양형 판단을 존중하는 사례가 많아 징역형 집행 유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소추를 기소 이후 공소 유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이미 기소된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소추에 포함된다고 볼 경우 해당 재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된다. 이 경우 헌법 84조에 따라 기존 재판은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 측은 대통령 당선 시 기존 형사재판이 중단되도록 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조짐이다. 이 후보의 변호인은 선거법 위반 사건 뿐아니라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공판기일도 대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구체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민주당의 강공에 헌법 84조 해석을 두고 정치권의 논쟁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 측은 차라리 '대통령 무죄법'을 만들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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