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지금이 美시장 ‘진입 주도권’ 잡을 적기 [기자수첩-산업]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05.08 07:00  수정 2025.05.08 09:08

미국 조선업 부활 기조 속 ‘산업 협력 파트너’ 부상

MRO 협력 속도...존스법·인력난·전투함 정비는 과제

단기수주 넘는 ‘지속가능’ 필요…정부 공동 대응 시급

울산시 동구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HD현대중공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의 자국 조선산업 부활을 위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조선업이 전략적 산업으로 재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조선시장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국내 조선업계도 변화의 물살을 읽고 방향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고 자국 내 조선소 가동을 확대하는 한편, 동맹국과의 방산·산업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과거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전략 변화는 국내 조선업계에 도전이자 동시에 절호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최근 존 펠란 미 해군 장관이 양사의 국내 조선소를 직접 방문한 것은 미국이 한국을 주요 산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장기화된 침체로 인해 심각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해외 조선업체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선박 제조 역량을 갖춘 국가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납기 능력을 자랑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함정을 단기간 내에 공급할 수 있는 국가도 한국과 일본 정도로 좁혀져 있다.


다만 보호주의 장벽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이다. 이 법은 미국 내 항구 간 운송 선박을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최근 미 의회가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정치적 합의와 산업적 이해관계 조율 등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국내 조선업계가 직면한 현실적 과제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는 북미 MRO 시장 진입의 주요 거점으로 떠올랐으나 현지의 숙련 인력 부족과 높은 생산 비용 구조 등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장기간의 산업 침체로 핵심 인력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즉각적인 인력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MRO 사업 수주가 반드시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 조선사는 미 해군의 비전투함 정비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한화오션의 수주 물량 역시 군수지원함과 급유함 등 비전투함에 국한됐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투함 정비 분야 참여까지 합의하면서 한발 앞서 나간 상태다.


결국 단기 수주 확보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 마련이 K-조선업의 관건이다. MRO 역량 고도화와 현지 생산 기지 확대, 주요 부품의 현지 조달, 중장기 통상 전략 재정비 등 전방위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정부 역시 전략적 통상 협력을 통해 산업계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국내 조선업은 현재 세계 최강국 미국의 해군과 손잡고 글로벌 조선시장 재편의 결정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회의 창’을 활짝 열어야 할 때다. 파도를 타려면 정확한 방향과 흔들리지 않는 중심, 최적의 타이밍이 모두 필요하다. 국내 조선업계가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준비된 실력을 증명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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