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 당원투표·여론조사, 11일 단일후보 지명 강행…가능할까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5.05.08 04:00  수정 2025.05.08 04:00

김문수·한덕수 회동 결렬에 국민의힘,

金 의사와 무관하게 단일화 절차 강행

"당원 80% 이상이 후보등록 전 단일화

지지…단일화 성사가 당원 향한 도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김문수 대선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후보 단일화 절차를 강행하기로 했다. 8~9일 이틀 동안 대선 후보 경선 때와 동일한 룰인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로 단일화시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뒤, 압도적인 격차가 나올 경우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단일 후보 지명 절차를 밟는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같은 '극약 처방'을 하기로 한 것은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 회동이 결렬되는 등 더 이상은 단일화를 미룰 수 없는 벼랑 끝의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처한 김 후보의 강력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당내에서도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있어 실제 단일 후보 지명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8일 저녁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 만찬 회동이 불과 1시간 15분만에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자, 즉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속개했다.


의원총회에서는 이날 하루 동안 진행했던 전당원 전화투표 결과를 공유했다. 그 결과 국민의힘 당원 중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오는 11일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다시 86.7%였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심야에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의 80% 이상이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지지한다면 당원들의 총의는 충분히 확인됐다"며 "8일 오후 1대1 토론과 그 이후 양자 여론조사를 후보들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이라는 근거자료를 확보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소집해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에 이양수 사무총장을 새로 위촉했다. 본래 선관위원장이던 황우여 전 대표는 직전에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선관위원장이 된 이양수 총장은 선관위원회의를 소집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두 명을 대상으로 8일 오후 6시에 1대1 토론을 실시할 것 △1대1 토론 직후인 8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인 9일 오후 4시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할 것을 의결했다.


1대1 토론에 두 후보 중에 한 명이 응하지 않더라도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선호도 조사는 예정대로 실시된다. 김문수 후보의 1대1 토론 거부로 단일화 작업이 좌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선호도 조사는 대선 후보 경선 때의 룰과 동일하게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하기로 했다.


심야에 의총·비대위·선관위 연속 개회
황우여 선관위원장 전격 사퇴하고 이양수
8일 토론회 불발돼도 단일화 조사 돌입
11일 전국위에서 '대선 최종 후보' 지명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같은 선호도 조사 결과, 한덕수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기존 김문수 후보를 압도한다면 '후보 교체'를 단행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수석대변인은 "경선이었으면 (결과가) 51대49로 결론이 나면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라면서도 "이번에는 후보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51대49로 결론 난 경우와 70대30으로 결론난 경우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거는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의2다. 당헌 제74조의2에 따르면 대선 후보 선출에 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선관위가 심의해 비대위의 의결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일화 대상 후보가 기존 후보의 선호도를 크게 앞서는 것은 이 '상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지도부의 내부 검토 결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4선 중진 이헌승 의원은 같은날 심야 전국위 소집 공고를 냈다.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 오전으로 전국위 소집 일시는 정해졌다. 안건은 '대선 최종 후보 결정을 위한 단일화 여론조사 실시 결과에 따른 대선 최종 후보 지명의 건'으로 공고됐다.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전국위원회에서 '대선 최종 후보'를 다시 지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전국위는 혹시나 있을 수 있는 김문수 후보 측 지지 전국위원의 난동이나 소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유튜브 중계 방식의 비대면 회의로 소집하고, 전국위원 투표도 ARS 전화투표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13조 1항 5호에 따르면 대선 후보의 지명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지만, 같은 조 2항에서 '전당대회를 소집하기 곤란한 때'에는 전국위원회에서 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단일화 절차' 강행이 반드시 기존에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는 게 아니라, 두 후보에게 열려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당원에 대한 도리"라며 "인위적으로 어떤 후보를 만든다는 게 아니라 (단일 후보가) 김문수 후보가 될 수도 있고, 한덕수 후보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처럼 '단일화 로드맵'을 밟아나가기 시작하자, 모든 절차를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던 한덕수 후보 측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한덕수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8일 오후 6시 1대1 토론 제안이 오자마자 "우리들은 단일화 방식과 절차를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한덕수 후보는 8일 오후 6시 국민의힘 토론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미 선출' 김문수, 절차 강행 강력 반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카드 등 '만지작'
당내 판사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
"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던 21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이미 5·3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위에 있는 김문수 후보 측은 당연히 이같은 절차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출된 김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 후보로 '교체'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단일화 절차 강행과 관련해 1차적으로 대선 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저지를 시도하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당무우선권이 무시당한다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실정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소집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이미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김 후보 측 뿐만 아니라 단일화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절차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후보를 내리고 '최종 후보'를 전국위원회에서 새로 지명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의구심을 품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인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의총에서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을 확대해석하면, 선거에서 질 뿐만 아니라 당의 정체성조차 지키지 못하게 된다"며 "지더라도 깔끔하게 제대로 해야 회생할 기회도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판사 출신인 5선 중진 나경원 의원도 "국회의원 후보 등록은 공천장이 있어야 하지만, 대선 후보 등록은 당의 공고만으로 가능하다"며 "한덕수 후보가 (오는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사퇴하더라도 우리 후보를 지지하고 연대해달라고 (설득)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회의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판사 출신인 6선 최다선 주호영 의원은 "(김문수 후보 측에서) 가처분을 내면 (법원에서 패해서) 우리 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면 정치적 선택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는 만큼, 정말 안전하게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장 중앙당선관위원장을 전격 사퇴한 황우여 전 대표도 5선 중진에 판사 출신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한다면 황우여 대표가 왜 선관위원장을 내려놓았겠느냐"라며 "밟아야 할 절차를 설명을 들어보니 판사 출신으로서 무리수가 있고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겠다 싶어서 전격 사퇴한 것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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