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 커지는 삼성의 '전장'...이재용 '선구안' 통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5.08 11:45  수정 2025.05.08 12:03

하만, 마시모 오디오사업부 인수 계약

체급 확대, 카오디오 부문 시너지 기대

2017년 하만 인수로 전장 사업 본격화

재계 "그룹의 전장 사업 무게감 달라져"

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Harman)'을 인수하며 본격화한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이 그룹 전반에서 성과를 지속하고 있다. 당시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준비한 이재용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와 함께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은 미국 마시모(Masimo) 오디오 사업부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간)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만은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뒤 처음 진행한 인수합병으로 품은 회사다. 삼성전자는 당시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 사업을 위해 80억 달러(한화 약 9조4000억원)를 투자하며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의 이번 추가 인수를 통해서 기대되는 점도 카오디오 부문을 통한 전장 사업의 경쟁력 확보다. 하만은 오디오 및 음향 장비 외에도 전장 부문이 전체 사업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현대차, 폭스바겐 등 전 세계 5000만대 이상의 차량에 내비게이션, 네트워킹,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자동차 음향 등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만은 2017년 600억원 수준의 연간 영업이익을, 2023년 1조1700억원까지 끌어올리며 '1조 영업익' 시대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인수 직전인 2016년 약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하만이 인수 직후인 2017년 600억원까지 영업이익이 줄어들며 "패착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지만, 최근엔 영업이익 1조원대를 연이어 달성하며 결국 이 회장의 선구안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도 전장 사업을 통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 회장의 판단이 먹혀들었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전자부품 계열사 삼성전기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공급 확대로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PC, IT 기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제품에 쓰인다.


특히 자동차에는 최소 3000개에서 1만개의 MLCC가 필요하다. 전장 부품이 대거 탑재되는 전기차의 경우 MLCC 1만2000~1만8000개가 쓰인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으로 미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2020년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부산 사업장에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3월 중국 텐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MLCC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성과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차량용 디스플레이 OLED 판매에 집중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에서 출하량, 매출액 기준 모두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액 기준 차량용 OLED 점유율은 55.2%로 압도적이다. LG디스플레이(21%)와 중국 BOE(19.8)가 뒤따르고 있다.


이처럼 삼성은 하만,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까지 이르는 부품 계열사의 역량을 총 집결해 전장사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도 최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그룹 전반의 전장사업 무게감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경영자들과 잇달아 만난 것에 더해 올해는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미, 비야디(BYD) 등과 만나면서 전장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력인 반도체가 주춤할 때도 삼성의 전장 사업은 꿋꿋하게 성과를 내며 지금까지 왔다. 10년 전 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이 회장의 결정이 빛을 발한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 시점에 맞춰 삼성의 전장 사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세계 전장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00억 달러에서 2028년 7000억 달러(한화 약 980조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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