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부터 이혼·재혼 예능까지…'연예인 일상' 어디까지 봐야 해?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5.09 11:02  수정 2025.05.09 11:02

육아부터 결혼·이혼 이어

출산 현장까지 공개하는 스타

출산 현장부터 부부 생활, 이혼 후 일상, 그리고 재혼한 부부의 이야기까지. TV 예능이 연예인들의 일상을 파고, 또 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물론, 우리네 일상과는 거리 먼 연예인들의 일상에만 매몰된 TV 예능을 향한 외면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TV조선은 9일부터 출산 현장을 포착, 생명의 탄생 순간을 직접 조명하는 국내 최초 출산 중계 버라이어티 예능 ‘우리 아이가 태어났어요’를 선보인다. 박수홍, 양세형이 MC로 활약하며, 일반인 출연자를 비롯해 손담비-이규혁 부부, 기보배 등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출연이 예고됐다.


양궁선수 기보배가 출산 직전 자궁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 처하는가 하면 의료진이 “양수가 터지지 않는다”며 급하게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이 담기는 등 예고편에서부터 긴박한 순간들이 포착됐다. 손담비는 태반이 산도를 막는 전치태반 진단을 받아 출산 과정에서 출혈이 예상됐지만, 결국 제왕절개로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게 출산을 마치는 모습이 예고되는 등 이제는 스타들의 출산 스토리와 그 현장까지도 TV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출산은 처음이지만, 결혼 과정부터 부부 생활, 그리고 이혼 후 일상과 재혼한 부부의 이야기 등 스타들의 모든 일상이 TV 예능의 소재가 되고 있다. 부부는 물론,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을 공개하며 일상을 어떻게 보내는지 디테일하게 전하는 TV 예능도 다수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는 연예인 부부가 출연 중이며, KBS ‘살림남’에도 연예인 부부, 또는 남매와 가족이 함께 출연 중이다.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은 스타들의 결혼 과정 또는 결혼 후 일상을 전하고 있는데, 방송인 서정희가 6살 연하의 연인과 재혼을 앞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공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혼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MBC에브리원 ‘다 컸는데 안 나가요’ 등 연예인과 그 가족들까지도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포착하는 MBC ‘나 혼자 산다’, 매니저와 함께하는 일상이 소재인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연예인의 집을 공개하거나, 개성 넘치는 일상을 공개하는 예능은 이미 방송가의 꾸준한 인기 소재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은 물론, 자녀 또는 부모와 함께 출연하며 그 가족까지 소재가 되고 있으며, 이혼과 재혼 등 콘셉트만 살짝 바꿔 더 디테일하게 일상을 파고들며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 중이다. ‘조선의 사랑꾼’에서 아내와의 결혼 과정을 공개했던 박수홍은 득녀 후엔 아이와 함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등 일상의 한 축을 대중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생명의 탄생 순간을 포착하는 것의 의미를 강조하며 감동을 자신한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 제작진은 연예인, 셀럽도 출연하지만, 일반인 출연자 비중이 더 큰 것을 언급하며 “스토리를 최우선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말처럼, 스토리만 있다면 연예인들의 출연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또는 이혼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통해 이혼 또는 재혼 가정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는 등 연예인 일상 공개가 때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많은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영역에 속해있으며, 이에 갈등 부각 또는 극적인 전개로 ‘재미’를 추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부 생활기를 다루는 많은 예능들이 그들의 갈등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혹은 평범한 일상을 공개하거나, 육아 과정을 나누는 프로그램의 경우 비연예인들과는 사뭇 다른 풍족하고 여유로운 일상으로 보는 이들에게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슷비슷한 소재와 전개로 TV 앞을 떠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공감도 놓치고, 뻔한 전개로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기도 힘든 그들의 사생활을 반복해서 파고드는 TV 예능 제작진의 ‘안일함’이 젊은층의 무관심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재탕, 삼탕만 반복하는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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