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미국발 관세 전쟁까지 대내외 불확실성↑
책임 추궁보단 회생이 '우선', 골든타임 중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미 바닥까지 와있는 내수경기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과 유통업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있다.
6개월 동안 85개 건설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티몬, 위메프, 발란, 홈플러스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통기업들이 연달아 회생신청을 하고 있다.
거래 기업이 많아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유통업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최근 회생절차가 개시된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직원만 2만명이다. 또 수 천 개 거래처와 그 가족들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10만명의 생계가 홈플러스에 달려있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문을 닫게 되면 그 피해는 주주와 채권자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을 막고자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승인한 것으로 회사가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라는 점과 전후방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큰 대형 유통회사가 도산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일단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일부라도 채권을 돌려받는 것이 아예 못 받는 것 보다는 났기 때문에 채무 조정에 나서게 된다.
거래업체들은 이미 납품한 상품 대금을 지급받고 향후 판로를 유지하기 위해 상품을 계속 납품한다. 이처럼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는 것은 한계상황에 와있는 기업을 재건해 영업을 지속하는 것이 채권자들은 물론 그 기업의 직원과 거래기업 등 모두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홈플러스의 경우 조금 상황이 다르다. 회생절차가 시작됐는데도 회사 재건이라는 목적은 오간 데 없고 어떻게든 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남았다.
여기에는 과거 IMF 당시 론스타의 먹튀 논란으로 인한 PE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홈플러스의 주주가 아시아 최대 PE인 MBK이기 때문이다. 또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PE의 사업방식에 대한 국내 수용도가 서구 여타 국가들과는 다른 부분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주와 홈플러스를 하나로 보고 대주주가 경영책임을 넘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대주주가 PE가 아니었어도 지금과 같았을까?
주주인 MBK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인 MBK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모두가 책임론에만 매몰되어 어떻게 하면 홈플러스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계당국과 정치권 등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홈플러스의 회생은 점점 멀어져 가는 상황이다.
감정이 앞서 중요한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은 10만명의 생계가 달려있는 홈플러스의 회생이 우선이다. 모두가 냉철하게 홈플러스의 회생방안을 고민하고 과감하고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다. 특히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대형 유통기업인 경우에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홈플러스의 경우 다행히 지급불능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회생절차가 시작돼 조금 더 시간이 있을 뿐, 마냥 여유 있지는 않다. 최대한 빨리 재정비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자칫 머뭇거리다 시기를 놓칠 경우 청산한 것 보다 더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책임 추궁으로는 홈플러스를 살리지 못한다. 확실한 것은 회생에 실패하면 주주와 투자자는 물론 직원, 거래회사, 입점주, 금융사 및 임대주 모두가 불행해진다.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한다. 당국과 정치권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다시 살아나면 그때 가서 물으면 될 것이다. 회생 없는 회생절차를 보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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