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만 했던 외국인들, 은행주 사들이고 있다…왜?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05.09 05:11  수정 2025.05.09 05:11

밸류업 기대감에 외국인 순매수 나서…4대 금융지주 주가 일제히 상승

1분기 호실적과 원화 강세까지 이어지면서 외국인 추가 자금 유입 가속화 전망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국내 증시에서 '팔자' 기조를 견지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을 바탕으로 은행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예상을 웃돈 1분기 실적과 원화 강세 흐름까지 더해져 향후 외국인 추가 자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 은행지수는 지난달 첫 거래일보다 9.02% 상승한 925.52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08%)을 두 배 넘게 웃돈 셈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KB금융(19.62%)·하나금융지주(8.56%)·신한지주(8.18%)·우리금융지주(6.79%)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은행주 주가 상승에는 1분기 호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0조원이 넘는 역대급 이자이익 덕에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호실적"이라며 "특히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이 큰 폭으로 예상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우리금융지주도 최근 금융당국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긍정적 재료를 확보해 둔 상태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홍보관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도 은행주 상승 랠리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 업종이 가장 적극적으로 밸류업 공시, 주주환원 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추진해 왔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확대돼 시장을 아웃퍼폼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달 말 보통주 1주당 912원의 분기 현금배당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신한지주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올해 주주환원율을 4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시사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말 달성이 예상됐던 보통주자본(CET1)비율 목표치(12.5%)를 상반기 중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CET1비율 상승은 주주환원과 관련한 여유 자금 증대로 해석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큰 폭의 상승으로 올해는 은행주의 상승 탄력이 적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밸류업 기대감만 후퇴하지 않는다면 중장기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 흐름도 은행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수출주가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이어 원화 강세까지 맞닥뜨릴 경우,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환율이 앞으로 하향 안정화될 경우 외국인들의 은행주 매수세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일각에선 은행 업종의 성과 지속성을 낙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용진 연구원은 "경기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관세 이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을 감안하면, 건전성 관련 이익체력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체율, 회생 및 워크아웃, 경매 등 건전성 관련 지표들이 부진한 만큼,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진 매크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 연구원은 "내수경기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 장기 저성장 시기에 금융기관 부실이 다수 발생했던 사례 등을 고려해 자산 건전성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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