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동지’라고 부르며 중·러 간 전략적 연대 관계를 재확인했다. ‘관세폭탄’과 우크라이나전쟁 휴전 문제 등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첫 회담인 만큼 '반(反)트럼프 공동전선' 구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게오르기옙스키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동지”,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나의 오랜 동지”로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크렘린궁에 깔린 레드카펫을 따라 홀 중앙에 세워진 대형 양국 국기 사이에서 악수하며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이라는 국제적 역류에 직면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서 특별한 책임을 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패권주의적 괴롭힘'은 중국에 145%(품목별 최고 245%)의 초고율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적대적 정책을 겨냥한 것인 만큼 러시아와 함께 더욱 강한 대미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중·러관계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며 이는 다른 나라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3년간의 분쟁 기간 동안 전례 없는 군사화를 겪었다”며 “중국과 함께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 신나치주의와 군국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 중국이 미국 등 서방에 함께 맞설 동지적 관계임을 거듭 확인했다.
시 주석의 방러는 2013년 3월 국가주석 취임 후 열한번째다. 두 정상 간 대면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졌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계획 등에 대한 양국 간 협력 사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양국 정상은 ‘신시대 전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과 ‘세계의 전략적 안정 수호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의 최대 정치 행사인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차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모스크바에 도착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중·러는 주요 강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결과를 수호하고 유엔과 국제법·질서에 기반한 국제 시스템을 확고히 지키며 패권과 ‘힘의 정치’에 단호히 반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한 연대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도 참석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