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업고 '만개'한, 김원훈의 전성기 [D:PICK]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09 15:04  수정 2025.05.09 15:04

2024년과 2025년 가장 활약한 라이징 코미디 스타에 그의 이름을 빼놓을 수 있을까. 능청스럽고 뻔뻔해 얄밉다가도, 지질하고 엉뚱해 웃음이 터진다.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상을 이어가는 김원훈의 이야기다.


ⓒ메타코미디

2022년 유튜브 채널 '숏박스'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김원훈은 장기연애 시리즈에 이어 헌팅, 이진, ZZ오피스 등의 시리즈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눈치 없고 인기 없는 헌팅남, 삐딱하지만 어딘가 모범적인 고등학생, 콩글리쉬를 난사하는 오피스 대표까지. 김원훈은 현실에 있을 법한 디테일한 설정과 담백한 대사 처리,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으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숏박스' 뿐일까. 같은 시기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2'에 합류한 김원훈은 'MZ 오피스'를 시작으로 '나는 돌싱', '동호회의 목적' 등의 고정 코너와 다수의 패러디 코너로 기다렸다는 듯 다재다능한 매력을 터뜨렸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빚어내는 감각과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신동엽, 김민교, 정성호, 권혁수를 잇는 'SNL 코리아'의 핵심 멤버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가장 큰 수확은, 김원훈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억울한 표정'을 대중에 제대로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회원의 대다수가 중장년층인 등산 모임에 참석하는 바람에 정이랑과의 러브라인이 형성됐을 때, 러닝 크루의 여자 회원에게 줄 선물을 잔뜩 챙겼지만 외모가 출중한 남성 호스트에게 관심을 빼앗길 때마다 김원훈은 웃을 듯 말듯, 감정을 터뜨릴 듯 말듯한 멍한 표정으로 '김원훈 표 코미디 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억울한 표정'은 '직장인들'에서 빛을 발한다. 지예은에게 "살이 쪘다"며 해맑게 말하다 욕을 먹는 장면은 쿠팡플레이 공식 계정에서만 800만 뷰를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표정은 카더가든에 의해 지각이 들킬 때, 현봉식을 계속해서 '봉변', '봉추', '봉투', '길구봉구' 등의 이름으로 부르다 결국 그의 분노를 마주했을 때 등 '직장인들'의 모든 회차에서 튀어나오며 웃음의 방아쇠이자 킬 포인트로 작용했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은 김원훈의 뛰어난 애드리브 스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김원훈은 지예은에게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최지우에게 본명을 언급하고 정이랑과 기싸움을 하는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능청스럽게 애드리브를 던지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특히 신동엽에게 "술자리에서 실수했다"고 사과하는 장면에서는 당황할 때까지 연기를 이어가는 바람에 신동엽의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은 김원훈. 이처럼 쉴 틈 없는 활약상의 이면에는, '개그 콘서트' 폐지 후 겪어야 했던 힘든 시기가 원동력처럼 자리하고 있다. 2월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한 김원훈은 "2020년도에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왔다. 사실 '숏박스'는 3개월 만에 이름을 알렸지만, 전 채널은 2년 3개월 정도 운영했었다. 그때 수익이 월 20~30만 원이었다"고 털어놨다.


어려운 시기를 동료들과 훌훌 털어낸 만큼, 이제는 새로운 꿈을 꾼다. '요정재형'을 통해 "동료들과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힌 김원훈은 이를 증명하듯 '개그콘서트' 출연을 예고했다. 이곳은 그가 개그맨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던 무대이기도 하다.


제대로 '만개한' 김원훈이 동료들과 꾸려갈 숲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그가 가꿔나갈 유쾌한 풍경이 기대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