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승마 확산…피학대마도 제2여생 보장하는 복지체계 가동[D:로그인]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05.12 07:00  수정 2025.05.12 07:00

농식품부·마사회, 승마 체험 콘텐츠 중심 대중화 정책 추진

피학대마·소외 말 보호 위한 장수목장 요양시설 첫 도입

정부, 말 복지 대책 첫 수립…구조·요양·인식 등 5년 계획

마사회 장수목장. ⓒ한국마사회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피학대마였던 유니콘이 장수목장 요양시설에 있는 모습.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2011년 말산업 육성법 제정 및 육성 정책 시행 등으로 생산 분야, 산업 분야, 국민 수요 분야 등 전반적인 산업 규모는 성장하고 있다. 말 두수는 2020년 2만 6525두에서 2024년 2만 7521두로 확대하고 있다. 사업체도 2020년 2513개에서 2024년 2668개로 늘었다. 승마체험 인원도 2020년 45만 5000명에서 2024년 52만 1000명으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도 체험 관광 중심 콘텐츠로 승마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승마에 대한 흥미를 유도해 생활승마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승마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공공형 승마시설에서는 말의 생리와 사람과의 교감, 승마와 관련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말 복지 증진에도 한창이다.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말 요양시설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피학대마로 구조된 유니콘도 장수목장에서 여생을 보내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말 복지 수준 향상 필요성에 따라 ‘말 복지 제고 대책(2025~2029)’을 처음으로 수립했다. 말 복지 제고 대책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말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 말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 생애주기형 복지 지원, 복지 인식 제고, 민관협력 강화를 위한 4개 분야 11개 과제를 포함해 향후 5년간 추진한다.


생활 승마 체험 모습.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장수군 승마레저파크 가보니…‘풀뿌리 승마’ 체감


“아이를 위해 방문했다가 보호자까지 승마를 체험하고 가시는 경우도 있고, 아이는 무서워해 보호자만 체험하러 왔다가 온 가족이 즐기고 가는 일도 있어요.”


지난 8일 장수군 승마레저파크에서 만난 관계자의 말이다. 귀족 승마, 엘리트 승마라고 불릴 정도로 일부만 즐기는 스포츠로 생각됐던 승마는 가족 단위가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얘기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유아 시절에 말을 타본 적이 있다. 그 사실도 훗날 가족사진을 통해 알게 됐다. 의지를 가지고 승마를 체험해 본 건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동물의 등에 타보는 경험 자체를 많이 해보지 못한 탓인지, 올라타는 것부터 겁이 났다. 순한 말이라니 안심하라는 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승마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승마하는 동안 말과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별도의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수 등 관계자 안내에 따라 누구나 체험할 수 있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장수군은 2018년 말산업 특구로 지정된 바 있다. 군은 장수승마레저파크라는 공공형 승마시설을 운영 중이다. 해당 공공승마 체험시설은 연평균 2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체험시설은 초보자부터 생활승마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승마장 및 실내마장 등이 있다. 또 말문화 레저공간인 게르하우스, 말역사관, 포니랜드 등 힐링공원이 조성돼 있다.


승마체험장은 승마 대중화를 위해 원형마장, 체험주로, 마방, 외승로 등이 조성돼 있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1회 3~4만원 수준으로 승마체험과 강습이 가능하다.


장수군에서 사육하고 있는 말은 총 23두다. 이 중 2두는 은퇴경주마다. 은퇴경주마인 감동파티와 도미인은 2016년에 태어났다. 8~9년 경주마로 활동한 뒤 승용마로서 제2마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경주마로 활동하다 은퇴한 말은 마주로부터 활용성이 떨어져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은퇴경주마들을 위해 승용마로써도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생활승마로 인한 말 활용이 말 산업 전반의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해외 주요국의 말 산업을 보면 주 산업이 승마다. 승마로 인해 말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이로 인해 연관 산업까지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목장 요양시설에 있는 은퇴경주마. ⓒ데일리안 김소희자
“피학대마, 은퇴경주마까지 여생을 편안하게”…마사회 장수목장 말 요양시설 올해 운영 본격화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는 말 복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장수목장은 내륙 최대 경주마 생산·육성기지로 우수한 경주마 생산과 육성 지원을 통해 경무자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승용마 생산지원과 훈련을 통해 국내 말산업 발전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장수목장 내 말 요양시설에선 지난해 공주시 무허가 농장에서 학대당한 후 마사회로 입양된 ‘유니콘’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3월 마사회로 재입양된 유니콘의 몸무게는 450kg이었다. 두 달도 지나지 않은 5월 초 유니콘의 몸무게는 500kg까지 늘었다. 승용마 평균 몸무게는 520~550kg이라고 한다.


유니콘은 올해 24살로 마사회가 운영하는 말 요양소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예정이다. 마사회는 유니콘과 같은 말들이 초원에서 자유롭게 놀며 자연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수목장의 말 요양소는 마사회가 운영하는 전국 유일 말 요양시설이다. 요양과 휴양개념으로 요양시설이 도입된 건 올해다. 지난해 공주시 말 학대 사건 이후 말의 요양과 휴양을 겸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요양시설에는 유니콘 외에도 은퇴경주마인 ‘터프윈’과 ‘동반의강자’까지 총 3두가 있다. 마사회는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말을 올해까지 10두로 늘릴 계획이다.


또 농식품부와 마사회는 유니콘과 같은 말 학대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발생 시엔 구조할 수 있도록 ‘말 보호모니터링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말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말 사육시설 학대·방치 행위 등으로 인해 격리가 필요한 경우 신고접수, 구호·재활 등을 지원하는 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센터를 통해 학대 말 보호에 적극 대응하고, 말 학대 행위에 대한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신고 시 사례금도 지급한다.


유성언 마사회 말등록복지센터장은 “2026년에는 말 보호모니터링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학대 말 신고 등을 통해 말 보호에 대응할 것”이라며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말 요양시설은 장수마을이 유일하지만 향후엔 지자체와 협업해 전국 곳곳에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처음으로 말 복지 제고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며 “퇴역경주마 승용 전환 훈련 등 사각지대가 없는 말 복지 대책을 추진하며, 생활승마 등을 통해 말 산업 전반이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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