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회담 앞둔 美·中, USTR 제재 방향에 해운업 ‘촉각’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5.09 10:47  수정 2025.05.09 10:47

10일 스위스서 미·중 무역 대표 만남

관세 중심 무역 현안 논의 예정

미·영 협상 타결에 미·중 결과 기대↑

국내 해운업계 협상 결과 촉각 곤두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만난다. 이번 만남에서 양국 무역 전쟁이 휴전 또는 종전을 선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한다. 무역 전쟁에 여파를 가장 심각하게 받는 국내외 해운업계 또한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국 견해차가 확연한 만큼 협상 결과는 최소 수개월 이상 지나야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로이터와 AP통신 등 최근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경제 담당 부총리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무역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만남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이다. 당시 중국은 맞불 차원에서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 보복 관세로 대응하면서 양국 간 ‘관세 전쟁’은 본격화했다.

미국은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분야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명령했다. 이에 중국은 첨단·군수산업에 필수인 희토류 등 자국이 장악하고 있는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관세 전쟁은 해운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양국은 상대국에 대한 주요 품목 수출 통제 조치를 결정했고, 미국은 이 과정에서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른바 USTR(미국 무역대표부) 제재로 불리는 입항 수수료 부과는 그동안 해운시장과 공급망 구조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해 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USTR 제재는 해운시장과 공급망 구조 전반에 직간접적이며,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상호 관세 조치나 투자 제한 등 다른 형태의 무역조치와 연계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회담에서 입항 수수료 문제를 양국이 직접 거론하지 않고 관세 압박 수위만 조절하더라도 해운업이 받을 영향은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두 나라에서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는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을 치솟게 만든다. 많게는 같은 제품을 관세 전쟁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비싸게 사야 한다. 소비 시장 위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위축은 해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진다. 미·중 양국 제품을 교육하기 위한 원양 컨테이너사 운임은 직접 영향을 받는다.


부산발 컨테이너 운임을 보여주는 ‘한국형 컨테이너 운임지수(KCCI)’를 보면 요금 하락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KCCI는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올해 1월 이후 줄곧 떨어지고 있다. KCCI는 지난 1월 6일 3480p에서 지난달 21일 1767p로 떨어지며 사실상 반토막 났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1월 초 2505.17p에서 지난달 셋째 주 1347.84로 46% 급락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3년부터 시작된 컨테이너선의 대량 인도 추세가 최소한 2027년까지 이어져 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협상에서 구체적 합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마라톤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양국 줄다리기가 짧아도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게 된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아도, 양국이 ‘치킨게임’ 수준을 낮추기만 해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특히 8일(현지 시간) 미·영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런 기대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 대에 한해 기존 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는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영국은 에탄올,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관세 문제가 현실화한 이후 불확실성이 더 커지다 보니 대응법 찾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라며 “영국과의 협상처럼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는 타협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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